서해랑길

서해랑길 62,63,64코스(MRT7-D2)오천항에서 창리포구까지

로드워커 2025. 4. 6. 10:27

62코스 15.9km 5시간  쉬움(997.4)

서해바다가 품은 풍성한 해산물과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고, 역사가 깃든 마을과 저수지를 지나는 길로 내륙의 풍경을 마주하는 길이다.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한 '충청수영성' 천북마리나의 요트가 이국적 풍경을 연출하는 '보령방조제'  농업용 저수지로 늦가을 풍경이 멋진 '하만저수지'


바다안개로 가득한 오천항

  2025년 4월 1일(화) 6시 모텔에서 오천항구로 나왔다. 바다와 항구거리는 안개로 가득하다. 어느 시인이 잔인하다고 했던 4월의 첫날이다. 7차 MRT의 둘째 날이다. 오늘은 63코스 종점 궁리항을 넘어 가능한 64코스의 종료 직전인 창리포구까지 갈 생각이다. 40km가 넘는 거리다. 힘들어도 가야 한다.

안개 낀 충청수영성의 고목들
천북 방향으로 보령방조제를 건너야 한다
하만저수지로 가는 길

  전라도 길을 걸을 땐 '나비야'라는 노란 리본이 불쑥불쑥 나타났다면, 충청도에 와서는 '허총무'란 파란 리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비야'는 전라도 땅을 마지막으로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작년 늦가을에 걸린 '허총무' 리본엔 '걸을 수 있을 때까지...'란 문구가 적혀있다. 동호회에서 매달아 놓은 리본들과 달리 이 파란 리본은 매단 사람이 나이가 지긋하고 혼자 길을 걷는 여행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란 문구가 마음에 와닿는다. 이 문구엔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다. 나도 뭔지 모르지만 어떤 의미를 찾아 길을 걷고 있다. 아마 길의 끝에 도착해도 계속 '멍' 할 것이다. 그래도... 끝에... 혹시.... 모른다

사호리 짓개마을을 지나 해안으로 접근한다
갯벌 길

  여기서부터 보령시의 '굴따라길'(천북굴단지-학성리맨삽지)과 서해랑길 코스가 겹친다. 이런 갯벌 길이 천북 굴단지까지 이어진다. 중간중간 해안에 접한 산등성이를 넘어야 하는 천북 가는 길은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갯벌에 돌을 쌓아 구역을 나누어 놓았다. 자기 밭을 표시해 놓은 걸까?
이색적인 길 분위기에 잠시 쉬어가지 않을 수 있나
62코스 종점 천북굴단지까지 1.5km
천북굴단지

  천북굴단지에 도착했다. 세월이 너무 흘러 언제인지도 가뭇하지만 예전에 왔을 때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이다. 필호 아비의 고향이 여기서 가까운 광천이다. 필호네 어떤 행사 때문에 광천에 왔었고, 그때 이곳 천북 굴단지에 와서 석화구이를 먹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당시엔 바닷가 옆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서 굴을 먹었는데 지금은 세련된 상가 건물과 방파제로 잘 정비된 작은 어항이 되어있다. 갯비린내 나는 작은 선창의 분위기가 사라져 아쉽다.

62코스 종점 도착

  오전 10시 40분쯤 62코스 종점인 천북굴단지에 도착했다. 나는 한 마리 배추벌레가 된 기분이 든다. 배추벌레가 끊임없이 배춧잎을 갉아먹듯, 나는 내 앞에 펼쳐진 길을 꾸역꾸역 먹어치우는 한 마리 벌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세대 가수나 노래는 전혀 모르는 내가 우연히 듣게 된 '반딧불'이란 노래는 아주 맘에 들었다. 그래서 배추벌레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공원에서 잠시 쉬고 다시 배낭을 메었다. 다음 코스 나와라, 길벌레 출발한다.

홍성방조제 입구 공원(천북굴단지)


63코스 11.2km 4시간  쉬움(1,008.5)

천혜의 자원 갯벌 위로 노니는 철새와 노을을 품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코스이다.
천수만의 자연산 굴 생산지 '천북굴단지' 새조개와 주꾸미, 대하가 유명한 '남당항' 해안전망대 '속동전망대' 조류와 갯벌 생물의 생태를 전시한 '홍성군조류탐사과학관'


홍성방조제는 보령시와 홍성군의 경계다.

보령시를 떠나 홍성군으로 들어간다(홍성방조제)

  홍성군의 행정구역은 3읍 8면이며, 면적은 446㎢이고, 인구는 약 10만 명이다. 홍성군은 동북쪽으로 예산군, 서북쪽은 서산시, 동쪽은 청양군, 남쪽은 보령시에 접하고 있다. 특산물로는 한우, 토굴 새우젓, 대하, 광천김, 남당항 새조개 등이 있다.

해루질하는 주민들, 바지락일까 굴일까

  홍성방조제를 건너 모산도 앞 갯벌에서 해루질을 하고 있는 주민들. 이곳 천수만은 겨울 철새의 도래지로 유명한 철새들의 낙원이다. 그중에서도 가창오리의 노을 속 화려한 군무는 일품이다. 봄이 온 지금 겨울 철새들은 모두 시베리아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갈매기 몇 마리만 보일 뿐 겨울 철새들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기분은 나쁘지만 점심은 먹는다. 남당항에서 중식
시멘트로 뒤덮인 남당항
남당항 다기능 어항 조성 공사, 바다를 가로막은 상가 건물

  남당항 유감. 내가 기억하는 남당항은 대하가 유명한 서해의 아름다운 작은 항구이다. 해변가엔 대하와 수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고, 고기 잡는 어선들은 방파제 앞에 떠 있고, 선창가엔 비린내가 묻어나는 정겨운 곳이 남당항이다. 남당항에 서면 이런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오늘 걸어서 도착한 남당항은 어느 도시의 크고 황량한 광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항구 도로에선 바다가 보이지 않고, 바다가 있을 자리엔 매립하여 시멘트를 쏟아부어 만든 넓디넓은 광장이 있다. 바닥엔 화분과 천막이 휑하니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걸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역주민의 동의가 있었다고해도, 이런 식의 개발이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과 토건족들의 허울뿐인 발전의 논리에 속은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의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

하늘에서 본 남당항
남당에서 어사항 가는 도로 석축공사, 돌 쌓는 포크레인
남당 노을전망대

  눈에 거슬리는 것이 또 나타났다. 소위 '스카이워크'니 '바다전망대'니 하는 이런 구조물들이다. 이것들이 지역 관광 활성화에 무슨 도움이 되길래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지어대는지 한심하단 생각이 든다. 기껏해야 몇십 미터 앞으로 더 나아가 전망을 바라본다고 특별한 감흥이 생길 리 없다. 자연 그대로의 해안가에 서 찬찬히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는 감상자들에게 눈엣가시처럼 방해만 될 것이다.
 
  이렇게 바다로 툭 튀어나온 구조물이 아름다운가? 아니다, 지극히 흉하다. 지자체들은 이런 걸 짓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자연 망치기로 유권자의 표를 사려한다. 그러니 적당한 자리만 있으면 지어댄다. 해변뿐 아니라 강과 산에도 이런 구조물 지어대기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뻘에서 따온 굴을 헹구고 있는 동네 아낙들
속동전망대
궁리항이 보인다
63코스 종점 궁리항 도착

  궁리항 도착, 다음은? 64코스는 서산A지구방조제를 지나 간월도를 통과하고 서산 B지구방조제 위에 있는 태안관광안내소에서 끝난다. B지구 방조제 진입 전 창리포구라는 작은 어항이 있다. 거기가 오늘의 숙박지이다. 휴식 끝 행군 시작!  

궁리항


64코스 13.2km 4시간 30분 쉬움(1,021.7)

무학대사 기도처였던 간월암을 지나는 길로 오천 년을 거슬러 올라 역사와 마주할 수 있는 순례길과 이어지는 길이다.
간조 때 걸어 들어가는 무학대사가 창건한 '간월암' 천수만의 철새를 주제로한 생태공원 '서산버드랜드' 노지캠핑이 가능한 주말 명소 '간월호쉼터공원'

서산A방조제 배수갑문
방조제는 진행방향 우측으로 인도가 있다
서산A지구 방조제

  서산A지구방조제는 천수만을 가로지르는 서산시와 홍성군의 경계이다. B지구는 서산시와 태안군의 경계이다. 총길이가 7.7km에 달해 건설 당시 국가대사업으로 불렸다. 1979년에 건설을 시작해 1982년에는 B지구, 1984년에는 A지구 물막이 공사를 최종 마무리했다. 그리하여 대규모 간척지에 농경지가 조성되고 A지구에는 간월호가 조성되어 철새의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천수만 일대가 철새도래지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가 유명한 '정주영공법'의 현장이다. 이 사업은 바다를 막아 농토를 만드는 간척사업이었다. 방조제 공사의 마지막 물막이 단계에서 조수간만의 차와 빠른 유속으로 더 이상 뚝을 쌓을 수 없는 최악의 난관에서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23만 톤 급의 폐유조선을 끌고 와 마지막 구간에 가라앉혀 물막이 공사를 성공했다. 

서산시의 행정구역은 1읍 9면 5동으로 나뉜다. 면적은 742㎢이고 인구는 17만 9천 여 명이다.

간월도에서 바라본 서산A지구 방조제
간월도 입구

 

간월암

  간월암은 수도에 정진하던 무학대사가 바닷물에 비친 달을 보고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다의 섬이었다가 육지와 이어지는 간월암을 보기 위해 올해만 80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다녀갈 만큼 충남 서산 9경 중 대표명소다. 하루 두 번 간조로 접어들 때 30미터 정도의 모래톱이 열린다.(인터넷)

간월도 굴탑

  간월도는 이름에 '도'(島)가 들어가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섬이었다. 그러다 1980년대 말 천수만 간척 사업으로 인해 간월도 인근에 간척지가 생겨 뭍과 연결됐다. 천수만 간척을 위해 지어진 두 방조제 중 하나인 서산A지구방조제가 간월도 일대로 바로 이어진다.

간척사업으로 생긴 농토
일몰 즈음 창리포구 입구에 도착
드디어 하루 일을 마치고 해는 진다
창리포구
오늘의 숙소로 낙점된 한 무인텔

  긴 거리였지만 큰 어려움 없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창리포구는 낚시를 위해 외지에서 찾는 사람을 제외하면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는 않은 듯하다. 포구 마을을 빙 둘러보았지만 이 무인텔을 제외하면 마땅한 숙소가 없다. 방 값을 지불하고 마을 진입 전에 있는 마트에서 약간의 먹을 것을 사 방으로 들어갔다. 이로써 7차 MRT 둘째 날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