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서해랑길 86코스(MRT9-1)평택항에서 매향리까지

로드워커 2025. 5. 10. 15:59

집 앞 회야강변 산책로는 철쭉으로 화려하다

2025년 4월 29일(화) 아침 7시 집을 나섰다. 오늘은 아홉 번째 MRT(My Road Tour)를 시작하는 날이다. 평범하지 않은 여행도 반복하면 평범해진다. 그런지 설렘이란 1도 없이 길로 가기 위해 집을 떠난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울산역으로, 8:28발 ktx를 타고 천안아산역으로, 아산역에서 1호선 전철을 타고 평택역으로 그리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평택항으로 간다. 평택항엔 지난번 걷기를 중단했던 지점(마린센터)에 꽂아놓은 막대기가 하나 있다. 그 막대기를 다시 뽑아 들면 서해랑길 9차 MRT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린다. 5월은 세상이 초록으로 뒤덮이고 꽃들이 지천에 만발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온에 사람들이 생기로 가득 차는 때이기 때문이다. 나의 국토 걷기는 항상 5월에 끝났다. 해파랑길은 22년 5월 1일에 끝났고, 남파랑길은 23년 5월 20일에 끝났다. 이번 서해랑길 걷기도 5월의 어드메쯤에서 끝날 것이다. 어쩌면 이번 출정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평택역에서 80번 버스를 타고 평택항으로 가는 중이다. 버스엔 중국 여성들이 가득 탔다. 중년에서 초로까지의  이 중국 여성들은 너무도 익숙하게 움직인다. 요즘도 평택항을 이용한 보따리 국제 물류는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다만 예전 같은 활발함은 많이 줄어들었다.  

평택항 만호사거리 국수집에서 아점으로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오래된 국수 맛집이다. 여기서 2~3백 미터만 내려가면 평택항마린센터이다. 지난번의 끝이자 이번의 시작점이다. 강화도를 향한 걷기를 다시 시작한다.


 

서해랑길 86코스 14.1km 4시간 30분 쉬움

평택과 화성의 경계를 짓는 남양호로 향하는 코스. 산업단지와 농촌마을, 방조제 주변을 걷는 코스이다. 원효대사가 개달음을 얻은 도량 '수도사' 체육시설이 있는 복합체육공간 '신당근린공원' 간척지 개답과 농옵용수확보를 위해 발안천 하구를 막아 축조된 '남양방조제'

서해랑길 86코스 입간판과 마린센터

코스도에서 잘 나타나듯이 86코스의 절반은 포승공단을 통과하는 길이다. 화물차와 컨테이너 차량이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도로변과 공단길을 걸어야 한다. 소음과 먼지가 휘몰아치는 삭막한 길이지만 내겐 손바닥처럼 훤한 길이기도 한다. 십여 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옛 추억을 하나하나 기억해 가며 길을 걷는다. 

포승공단과 평택항 그리고 서해대교(평택항홍보관에서)
해군 2함대 외곽 울타리

여기는 2함대 울타리 옆을 통과하여 남양방조제 쪽으로 가는 산길이다. 오르내림은 심하지 않다. 숲에서는 아카시아 꽃 향기 같은 좋은 냄새가 난다. 아직 아카시아 꽃이 필 시기는 아니다. 그렇다. 이름 모를 꽃들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곳저곳에서 뿜어내는 향기일 것이다. 공기가 너무 달아 숨을 가득 들여 마신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도 보이지 않는 낮은 곳에서 자기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들꽃같이 작은 사람들의 향기로 지탱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사람 사는 세상인 것은 이들 덕분이다.      

남양호와 남양대교
남양호에서 낚시 삼매경에 빠진 강태공
길 좌측이 아산국가산업단지 경기원정지구이다.
sk LNG단지와 발전소
남양방조제 배수갑문에서 평택과 화성이 나뉜다
남양호

86코스 종점 이화리버스정류장에 도착, 오늘 내로 87코스 종점까지 갈 시간이 되지 않는다. 코스 중간 지점인 매향리에 모텔이 하나 있어 그곳을 숙소로 정했다. 어둡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마음에 길을 재촉한다. 원 코스는 석천리 마을과 경작지를 통과하여야 하나, 시간 단축을 위해 기아자동차와 산업단지 옆을 통과하는 해안 길을 걷기로 했다. 인도가 없는 도로 갓길을 걸어야 하기에 불편하다. 게다가 공장을 드나드는 대형 화물차로 위험스럽긴 하지만 숙소까지 가기 위해선 달리 방도가 없다.

 


서해랑길 87코스 18.1km 6시간 쉬움

미공군 폭격장으로 사용된 흔적을 통해 역사적 아픔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코스, 시원한 바다 풍경 속 어촌마을과 농촌마을과 산업단지를 두루 볼 수 있는 코스이다. 2005년까지 미공군의 폭격훈련장으로 쓰이던 마을로 평화역사관이 있는 '매항리마을' 궁평낙조로 불릴 만큼 노을이 아름다운 항구 '궁평항'

기아자동차 옆 도로
석천항
석천항에서 고온항으로 가는 길
고온항
숙소에서 바라본 일몰

7시를 넘겨 숙소에 도착했다. 방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훌륭하다. 첫날은 이렇게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