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후포항에서 망양정까지(해파랑 24,25코스)

로드워커 2022. 4. 12. 22:14

해파랑길 24코스도
기성면 해안도로

 

4월 10일(일) 하루 종일 걷고 나면 피곤해서 좀 늦은 기상이 정상일 것 같은데 오히려 점점 더 일찍 잠에서 깬다. 여관방 잠자리가 불편해서는 아니고 또 하루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는 잠재의식이 나를 깨우는 것 같다.
 
6시가 되기 전 여관에서 가까운 편의점에 왔다. 간단히 컵라면 하나로 요기하고 커피를 한잔한다. 그런데 그 편의점에서 어제 길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던 내 또래의 중년남자를 만났다. 어젠 걷는 모습만 봤지 아는 체는 하지 않았던 컵라면으로 식사 중인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어제 길에서 보신 분이네요. 반갑습니다.“ 그도 웃으면 대꾸해 준다. ”아! 네, 해파랑길 걸으시는군요.” 걷기 얘기를 나누다 사는 곳이 어디냐 하니 서울이란다. 부산서부터 올라오고 있는 중인데 일을 하기 때문에 주말만 걷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단하다. 서울서 출발지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 후 걷고 있다니 보통일은 아니다. 어제 길에서 산 쥐포가 생각나서 몇 마리 건네주고 “잘 걸으세요, 곧 따라 잡히겠지만 먼저 출발합니다”고 인사하고 밝아 오는 아침의 후포항 거리로 나선다. 뉴스; 02:45 진도 3.4지진 발생, 영덕 앞바다.
 
아침 6시 기온 21도, 습도 235, 바람 2m/s, 역시나 더운 날씨다. 아침 6시에 21도라니 뭐 잘못됐나? 
 

 
24코스는 울진 후포항에서 기성면을 잇는 19.8km의 코스이다. 등기산공원, 월송정과 대풍헌, 울진비행장을 돌아 기성버스터미널에 이른다. 버스정류장 11시 5분 도착. 4시간 20분 소요.
 
월송정은 관동팔경 중 1경으로 달빛과 어울리는 솔숲속의 정자라는 의미가 있다하는데 더운 대낮에 걷는 나그네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게이트볼장 벤치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 식사와 불편한 속이 계속 말썽이다.
 
25코스는 기성면에서 근남면을 잇는 23.3km의 코스로 이제까지의 코스 중에선 가장 길다. 망향휴게소와 망양정을 지나 수산교에 이르는 구간이다. 망양정 옛터가 기성망양해변에 있다.

울진읍으로 가는 해안도로의 멋진 바위와 소나무


망양정 유감이다. 망양정은 관동팔경의 하나로 조선의 문인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노래했다는 그곳이다. 지금은 근남면의 왕피천 하구 언덕 위에 현대식 공원을 조성하고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케이블카까지 있는 공원에 망양정이 다시 지어졌고 그 흔적이라곤 옛 기초석 하나만 곁에 가져다 두었다.
 

망양정

 

‘관광산업은 희귀하고 소중한 여러 장소들을 소비에 내맡긴다. 그러나 그 결과 그 장소들은 본래의 아우라가 파괴된 진부한 공간으로 전락한다. 수백만 년 동안 자연에 내맡겨져 있던 곳에 마침내 진보라는 것이 도착한다. 관광산업이 거기까지 온 것이다.’(발췌 출처 모름)
 
6시 40분 경 25코스 종점인 왕피천 수산교에 도착. 24코스 19.8 25코스 23.3 합계 43.1km 이런저런 부대거리를 합하면 오늘 하루 약 45km 정도를 걸었다. 어두워진 울진읍내에 지친 몸으로 도착했다.
 

울진 왕피천 석양
어둠이 내리는 울진읍내, 버스터미널 앞
해파랑길 25코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