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서해랑길 98코스(MRT9-5) 인천 서구청에서 김포 대명항까지

로드워커 2025. 5. 15. 10:21

2025년 5월 3일(토) MRT9 닷새째 날이다. 약하게 비가 내린다. 오전까지 비가 올 것이란 예보지만 약한 가랑비 정도일 것이다. 이곳 서구청에서 지하철을 타고  검암역으로 이동한다. 검암역은 서해랑길 98코스의 출발점이다. 109개 코스, 1800km의 걷기여행길로 표현되는 서해랑길도 여기 인천 서구를 지나면 김포, 강화 구간만 남는다. 가다 길이 막히면 거기가 끝이다. 모텔에서 길로 나왔다.

하룻밤을 보낸 인천 서구청 앞 먹자골목과 모텔촌
검암역으로 가는 열차에서(무인 자동화 시스템, 2량 1편성으로 운행되는 인천도시철도2호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동 방법인 걷기는 '접촉'을 가능하게 한다. 사실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규격화된 문명과 온실 속 문화에는 이제 싫증이 난다. 내 박물관은 길들과 거기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고, 마을의 광장이며, 모르는 사람들과 식탁에 마주 앉아 마시는 수프인 것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중에서...


서해랑길 98코스 11.7km 4시간 30분 어려움

아라뱃길을 건너 인천과 김포를 잇는 낮은 산의 능선을 잇는 코스, 완만한 임도로 조성되어 산길이지만 큰 무리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아라뱃길의 풍경과 어우러진 산책로와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는 '시천공원' 완만한 산세를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가현산'

98코스 시작점 검암역 앞

시천교를 건너야 하는데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 진입로를 찾지못해 헤매었다. 다리 밑에서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살폈지만 진입로가 보이지 않는다. 코스 유도 화살표와 리본이 적확한 지시를 하지 못한 건지 내가 멍청한 건지 몰라도 잠시 당황했다. 얼마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리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센스 부족으로 단숨에 길을 찾지 못해 헤맨 내가 한심하다. 어찌 되었던 아라뱃길을 감상하며 시천교를 건넜다.

시천교에서 본 경인 아라뱃길
할메산 진입
할메산 길
가현산 입구 현무체육공원(국궁장)
가현산

고려시대부터 산의 형세가 코끼리 머리와 같이 생겼다 하여 '상두산'이라고 불려 오다가 칡이 번성한다 하여 갈현산이라고도 불렀다. 그 후, 서쪽 바다의 석양 낙조와 황포 돛대가 어우러지는 경관을 감상하며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불렀다 하여 '가현산歌鉉山'이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다. 
 
사실 산 이름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오늘의 목적지 대명포구까지 가려면 5개의 산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고도 200m 미만의 높지 않은 산들이라 해도 하루치 산길로는 부담스럽다. 할메산, 가현산, 학운산, 수안산, 승마산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산 넘어 산'이란 속담이 현실이 되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가현산 세자봉
기묘한 모양의 줄기를 가진 소나무 한 그루, 왜 이런 모양일까?
가현산 하산 길

가현산을 내려가던 중 이정표에 '양촌'이란 지명이 보였다. 30~40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전원일기'의 배경이 김포 양촌이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지 오래지만, 예전에 아래의 두 드라마를 재밌게 보았다. 그 시절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았다.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지던 시절, 힘들고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비록 TV 화면이긴 하지만 위로를 주었다.  대도시에서 태어난 나도 이러한 분위기에 100% 공감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산을 내려가다 본 '양촌'이란 지명에 '전원일기'가 생각이 났을 것이다.

MBC의 전원일기와 KBS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전원일기'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MBC의 인기 드라마이다.  KBS도 "전원일기'의 흥행에 대응하기 위해 뒤늦게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라 드라마를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방영했다. 그 시절 TV 드라마는 재밌고 훈훈하고 교양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막장 드라마가 표준이 되어버렸지만...

가현산 아래 98코스 종점 안내판, 99코스는 생태 통로를 거쳐 곧바로 학운산으로 이어진다
가현산과 학운산을 잇는 생태통로

생태통로(生態通路, wildlife corridor)는 인간의 활동(도로철도・댐・농업・개간・벌목도시화 등)으로 인해 야생생물의 서식지가 단절되었을 때, 단절된 서식지들 사이의 연결이 가능하도록 개발하지 않고 남겨두거나 인공적으로 조성한 가늘고 긴 통로 형태의 환경 또는 구조물이다.


서해랑길 99코스 13.2km 5시간 어려움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수안산을 비롯하여 학운산, 승마산을 잇는 임도 코스이다. 수산시장과 신선한 해산물 등 먹거리가 풍부한 대명항에 이르는 코스이다.
곤충, 자연과의 공생을 테마로 조성된 '수안산생태원' 2006년 해군에서 공식 퇴역한 군함을 전시관으로 개조하여 안보체험 공간으로 활용 중인 '김포함상공원'

학운산
학운산 하산하여 공단지역으로
김포산업단지
수안산 진입로
수안산 정상 부근

수안산을 내려와 공단길 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솔직히 또 산으로 가고 싶지 않아 꼼수를 생각했다. 마지막 남은 산, 승마산으로 가지 않고 도로변을 걸어 대명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오늘 산을 4개나 넘어왔으니 이제 사람들이 사는 곳을 걸어 오늘 하루의 여정에 균형감을 주자는 핑계지만 나름의 합리화를 했다. 

산을 버리고 문명을 택하다
대명항로 도로변을 걸어 오늘의 종점으로...
강화도로 들어가기 직전 하룻밤을 묵어갈 모텔
초지대교

여관방에서 초지대교가 보인다. 저 다리를 건너면 강화도다. 이제 딱 4코스가 남았다. 나를 기다리는 강화도를 눈앞에 두고 하루의 피곤을 풀 휴식에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