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에서 하조대까지(해파랑길41,42코스)
4월 27일(수) 아침 6시, 주문진항 건어물 거리 뒤편 시장 골목에 있는 '영진관' 여관에서 눈을 뜬다. 급할 것 없다. 시간은 충분하다. 천천히 가자. 40코스 종점인 주문진 해수욕장까지는 아직 몇 km 남았다.
날씨는 맑다. 기온 13도, 습도 55%, 바람 1m/s. 오늘 일몰은 7시 10분이다. 다만 미세먼지가 나쁨이라 하늘이 온통 뿌옇다.
여관 앞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한다. 아침 햇살이 강하다. 약 1시간 후 40코스 종점인 주문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41코스는 주문진해변에서 출발해 석호인 '향호'를 돌고, 남애항과 휴휴암, 광진해변을 지나 죽도정 입구에 이르는 12.4km의 구간이다. 출발 후 향호를 지나 지경해변에서 양양군으로 들어서게 된다.
향호는 경포호와 마찬가지로 하천의 담수와 동해안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생성된 석호인데 경포호가 아름답게 치장한 도시미인이라면 향호는 꾸밈없이 수수한 시골 아낙 같은 모습이다. 만약 나에게 며칠 동안 호숫가에서 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쉴 곳을 선택하라면 나는 당연히 향호를 택할 것이다. 향호는 규모가 경포호 보다 훨씬 작고 호수 둘레의 보행 데크 말고는 아무런 인공시설물도 없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다.
지경해변에서 이상한 광경을 만나게 된다. '엘에프스퀘어씨사이드' 어쩌고저쩌고, 양양지경관광지 조성이란 문구를 붙인 공사장 가림막을 만난다. 그 규모도 엄청나다. 그런데 뭔가 잘못된 듯하다. 이렇게 공사장 담벼락을 세웠으면 많은 과정들이 진행되었을 터인데... 직감적으로 느낌이 있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만 두기로 한다. 아름다운 해변이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후 1시를 넘어서 41코스 종점인 죽도 해변에 도착했다. 여기는 서프 비치같은 느낌이다. 서프 캠프도 많이 보이고 거리에서 청춘의 남녀 서퍼들의 싱싱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해파랑길 42코스는 죽도해변에서 하조대해변까지의 9.7km의 구간이다. 기암절벽과 동해바다가 절경인 사시사철 송죽이 울창한 죽도정과 38선 선상에 위치한 기사문해변,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가 있는 국가명승 제68호 하조대 정자 그리고 동해바다의 절경, 하조대 전망대가 있는 하조대 해수욕장이 42코스 내에 있다.
죽도해변의 도로변 식당에서 백반 뷔페로 점심 식사를 하고 2시경 다시 출발한다. 오늘의 종점은 하조대 해수욕장이다. 하조대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기가 어려웠다. 콘도형 모텔이란 뜻인지 모모 콘텔이라는 게 해변가에 몇 군데 있는데 숙박비가 아주 비싸다. 민박집들은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 운영하지 않는다. 게스트하우스 한 곳이 검색되어 겨우 통화를 하고 그곳에 투숙한다. 값도 저렴하고 하룻밤 묵기에 불편한 게 없다. 굿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