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랑서 진하까지(해파랑길 4코스)
20220321(월) 오늘은 약간의 준비(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과 믹스커피 2개 그리고 김밥 2줄)를 후 출발. 버스 운이 좋다. 2번 모두 정류장에서 2분만에 탑승한다. 날씨도 약간 쌀쌀하긴 하지만 청량한 느낌이다. 걷기에 아주 좋은 날씨다. 신발도 운동화로 바꿔 발걸음이 경쾌하다. 기분 좋게 걸을 것 같다.
10시 30분을 조금 지나 어제 걷기를 마친 임랑해수욕장에 도착한다. 해변가 가게 앞이다. 트럭 한 대가 가게 앞에 서 있고 꽤 나이든 부부가 차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가게 앞 빈 탁자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한잔하는데 할머니 한 분이 와서 가게 문을 여신다. 트럭에 계시던 부부가 문을 열고 서로 인사를 한다. “어데 갔다 오시는교.” “밭에요.” 그러고 보니 할머니의 검정 봉지에 대파가 담겨있다. “밭보다 가게가 나을 긴데...” 힘들게 뭐하러 밭에 가냐는 투다. 쓱쓱 바지며 신발에 묻은 흙을 털 뿐 할머니는 이렇다 댓구가 없다. 그런데 할머니보단 조금 어려보이는 여자분이 가게로 들어가 빵 봉지를 가지고 나오고 차에서 다른 과자들을 챙겨 가게에 들여 놓는다. “형님, 이거 다 100원 씩 올랐심더” “그래 뭐 안 오른게 있나” 요즘 흔치 않은 옛날 구멍가게와 납품 트럭이다. 나도 마수걸이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가게로 들어가 쵸코바 몇 개를 가방에 넣고 막 일어서려는데 어제 길에서 본 그 청년이 이리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복장은 어제와 똑 같다. 아마 여기서 숙박을 한 모양이다. 이젠 구면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왜 이 길을 걷는지 모르지만 목적한 바를 이루길 빌어본다.
해파랑길 4코스는 임랑해변에서 시작해 고리원전을 에돌아 야트막한 봉태산을 넘어 신리항, 서생, 나사마을을 지나고 유명한 간절곶을 거쳐 진하 해수욕장까지 19km의 여정이다.
항구는 방파제가 파도를 막아주고 등대가 길을 안내하는 뱃사람들의 주차장이다. 등대는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 우리들에겐 바다의 운치를 더하는 멋진 조형물이지만, 큰 바다에서 항만으로 들어오는 뱃사람들에겐 얼마나 중요한 이정표인가. 특히 밤이나 해무와 비바람 속에선 반갑고도 소중한 가족 같은 존재이다. 해안의 등대는 두 종류가 가장 많은데 빨간색과 하얀색이 그것이다. 항구로 들어올 때 빨간색은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다는 표시이고 흰색은 왼쪽에 암초가 있다는 표시이다. 또 노란색과 가끔 녹색의 등대도 있는데 노란색은 소형선박이 다니는 간이통로이고 녹색은 보이지 않는 암초가 있으니 아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라 한다. 아무튼 색깔의 의미는 달라도 등대의 색깔은 우리 육지의 신호등과 같다.
출발 후 곧 바로 마을을 통과하고 얕트막한 야산으로 들어선다. 원전이 바다 쪽을 점령하고 있으니 민간인은 그 쪽으로 갈 수 없다. 원전 뒤 편으로 돌아 다음 해안가인 신리항으로 가는 길이다. 아무튼 석연찮은 기분은 뒤에 남기고 길을 걸어 신리항에 도착한다. 아담하고 작은 마을이다. 바닷가 마을에 미역을 손질하여 말리는 주민이 보이고 볕 좋은 자리에 빈 벤치가 있어 자리를 잡고 앉는다. 김밥을 꺼내 점심 해결. 그리고 또 출발. 거의 대등소이한 풍경들의 마을을 지나며 계속 길을 밟아간다. 나사마을을 지나 드디어 간절곶에 도착한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라 한다. 정동진보다 5분이나 빠르다나. 사진 두어 장만 찍고 그냥 무심히 지나친다. 계속 해변을 따라 걷다 진하해변에 도착하고 오늘의 4코스를 여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