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33, 34 (임포항 - 삼천포항)
3월 20일(월) 다시 집을 나서 임포항으로 간다. 임포까지의 이동을 정리해 보자. 8시 55분 양산 집 앞에서 1002번 버스로 노포동으로 이동, 노포동에서 지하철을 타고 사상버스터미널로, 9시 50분 고성행 시외버스에 오른다. 시외버스는 남마산, 진동, 배둔을 거쳐 11시 33분 고성터미널에 도착한다. 여기서 임포항 가는 군내 버스가 12시 20분 출발한다. 버스는 이곳저곳 마을을 돌아 임포항에 나를 내려놓는다. 오후 1시 5분 드디어 임포항에 도착했다. 4시간 10분이 걸렸다.
남파랑길 33코스는 길이 17.9km로 6시간이 소요되는 난이도 '보통'의 코스이다. 두루누비에는 「고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상족암길', 해수부의 해안누리길로 지정된 '공룡 화석지 해변길'이 포함된 코스. 상족암 군립공원 및 고성박물관 등이 분포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코스. 어촌과 농촌을 함께 보고 느끼며 해안 둘레길을 걸을 수 있는 구간」이라 되어있다.
길은 이렇다. 임포항을 출발하면 곧 솔섬을 한바퀴 돈다. 그리곤 송천마을이다. 마을을 나와 1010번 지방도인 '자란만로'를 따라가면 동화마을과 용암포 마을을 지난다. 맥전포 마을에서 작은 언덕을 넘으면 길가에 입암 전망대가 있고 상족암공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성의 유명 관광지인 '상족암군립공원'의 해안을 따라 코스는 이어진다. 공원을 나와 덕평마을을 지나 섭밭재를 넘고 섭밭내 개천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하이면 소재지에 도착한다. 하이면사무소 앞이 33코스 종점이다.
솔섬을 지나 송천마을 바닷가 작업장 옆을 지나고 있는데 마을 안내 방송이 나온다. "주민 여러분, 아 아~. 내일 점심 식사 후 솔섬에서부터 마을 앞까지 해안 청소를 실시합니다. FDA 검열에 지적상항이 없도록 모두 나와...... 다시 한번 알립니다......" 아니 미국의 FDA가 여기서 왜?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마침 길가에 내 또래 쯤 보이는 남자가 서 있어 물었다. 여기 굴을 미국에서 수입해 가는데 해마다 양식장과 주변 바다 상태를 점검하는 검열이 있다고 한다. 통영, 고성, 남해, 여수 등 남해의 여러 곳이 다 미국에 굴을 수출하고 있는데, 검열은 눈 가리고 아웅 하기며 아마 미국 애들과 짬 짬 이가 있을 거라 한다. 육지에서 내려온 쓰레기와 어민들이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가 산더미인데... 아무튼 수출 잘해서 어민들 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여기 고성은 개체굴이 유명하다. 굴을 다발로 키우는 수하식 양식굴과 달리 굴 개체를 하나씩 양식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굴이 크고 단단하다고 한다.)
두루누비의 남파랑길 34코스 소개는 이렇다. 「사천시가 조성한 '이순신 바닷길' 중 삼천포 코끼리길이 포함되는 구간으로 삼천포 신항, 노산공원, 삼천포 수산물 시장 등을 지나는 코스이고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해변의 정취를 느끼고 삼천포 수산시장까지 어촌의 활기찬 생활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 코스의 길이는 10.2km이고 약 4시간이 걸리는 난이도 '쉬움'의 길이다.
길은 이렇다. 34코스 시점인 고성 하이면사무소 앞을 출발하여 77번 도로를 따라 걷는다. 얼마가지 않아 석지천 위 작은 다리 덕호교을 건너게 되는데 여기가 고성군과 사천시의 경계이다. 사천으로 들어서면 남일대해수욕장, 진널해안산책로 그리고 삼천포 신항 여객터미널이다. 그다음은 항구 배후단지를 걷고 삼천포팔포음식특화거리, 노산공원을 지나 어시장길을 따라 삼천포전통수산시장, 삼천포수협 어판장, 대방진굴항을 거쳐 삼천포대교사거리에 도착하는데, 여기가 34코스 종점이다.
어두워진 삼천포, 해안가 모텔 한 곳에 전화를 건다. 숙박 업소가 많은 곳에선 전화부터 하는게 흥정에 유리하다. 숙박비를 치르고 들어간 방은 시원찮지만 뭐 상관없다. 내일을 위해 하룻밤 쉬면 그만이다.
우리는 흔히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란 표현을 많이 쓴다. 삼천포에 왔으니 그 유래를 알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삼천포로 빠지다"는 '이야기가 다른 주제로 흘러가거나 / 어떤 일을 하다가 엉뚱하게 그르치게 되다'라는 뜻이다. 유래는 여럿이 있는데 확실한 것은 없고 대체로 민간에서 전해져오는 것들이다.
먼저 조선수군 및 조운선이 뱃길로 통영을 오고 갈 때 삼천포로 길을 잘못 들어 나온 말이란 설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조선 때 조정 대신 중 벌을 받아 귀양을 가게되면 '삼천포'를 거쳐 외딴섬으로 많이 갔다고 한다. 그래서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세번째는 옛날에 어떤 장사꾼이 장사가 잘 되는 진주로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장사가 안 되는 삼천포로 가는 바람에 낭패를 당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라는 설. 또 기차길을 잘못 잡아 곤란을 당했다는 등의 설이 있다. 아무튼 모든 결론은 다른 지역으로 가려다 삼천포로 잘못 빠졌다는 것이고, 아주 오래전부터 쓰였던 말이다.
당연히 삼천포 사람들은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천포 사람들 앞에서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