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해파랑길 7코스(울산대공원-염포삼거리)

로드워커 2022. 4. 1. 17:04

해파랑길 7코스도
7코스 출발점 태화강 전망대, 맞은편이 태화강국가정원이다

 

20220323(수)  어제의 끝, 오늘의 시작, 어제 중단한 6코스의 울산대공원 지점에 다시 섰다. 9:20 출발한다. 여기서부터 솔마루하늘길을 따라 솔마루정, 고래전망대, 태화강 전망대까지가 6코스 나머지 구간이다. 해파랑길 6코스는 덕하역부터 태화강 전망대까지의 15.7km이다. 어제도 언급했지만 황량한 도심 주변을 통과하지만 함월산을 오르면서 부터는 아기자기한 산길로 이루어져있다. 솔마루길은 울산 남부를 둘러 산 얕은 산의 울창한 소나무들 사이로 길이 이어지며, 지역주민이 많이 찾는 운동 코스라 심심치 않게 걷는 맛이 있다.

 

태화강 전망대부터 태화강을 따라 걷는데 십리대숲과 태화강 국가정원을 지나고 바다 쪽으로 방향을 잡아 강변을 걸어 염포산 입구에 이르는 17.3km가 7코스이다. 친근한 기분을 선사하는 태화강을 거닐며 자유로운 기분이 차올랐고, 강엔 유독 물닭(나는 오리보단 좀 작지만 날렵하게 생기고 검은 몸체에 부리 위가 하얀 이 물새를 처음 보았다)이 많았고 이 녀석들은 사람을 전혀 피하지 않고 강둑까지 올라와 지나가는 나그네인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태화강 십리대숲길

 

7코스를 걸으며 칭찬을 하고 싶은 것은 ‘태화강’이다. 태화강은 울산의 자랑이 맞다. 절제되고 세련된 관리의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위적으로 구조물을 만들지도 않았고 흐르는 강과 강 양안의 둔치가 주변 도심 건물들과 평화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뛰어난 접근성은 시민들에게 진정한 휴식처임에 틀림없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그냥 강으로 내려서면 푸른 초지와 강변 휴식처 그리고 도도히 흐르는 강을 눈앞에 두게 된다. 그리고 강의 주인인 물새들이 반겨주니 답답한 도시생활 속에선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강변 풀섶엔 ‘뱀조심’ 경고판이 곳곳에 보이는데 이 또한 태화강이 건강하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지금의 ‘태화강 국가정원’은 때가 이른 봄이라 꽃이나 푸른 초목을 볼 수 없어 아쉬웠으나 사계절 항상 푸르른 엄청난 규모의 대숲은 장관이었다. 울산시는 이곳을 ‘십리대숲길’이라 부르며 많은 노력을 들여 가꾸고 있다. 태화강이 가능한 자연 그대로 보존되고 가꾸어지며,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남아있길 바래본다. 외지인들이 분명 부러워할 울산의 명소이다.

 

우리나라 대표 강이라 하면 한강일 것이다. 나도 한강의 여러 곳에서 많은 행사를 해보아 곳곳의 분위기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태화강에 비하며 한강은 한참 뒤처지는 느낌이다. 물론 인위적인 관리와 투자는 훨씬 많겠지만 그건 그리 가치있는 평가를 받을 순 없다. 한강은 강 양안이 온통 엄청난 아파트 숲에 쌓여있고 접근성도 좋지 않아 승용차로 강변도로 출입구를 어렵사리 통과해야 하거나 걸어가는 시민들은 토끼굴 같은 도로 밑 어두운 굴다리를 통과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진입부터 기분을 잡치는 형국이다. 호안은 온통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다. 그리고 별다른 생명체를 찾을 수도 없다. 강변에 나온 많은 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어찌 한강이 아름다고 편한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공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한강도 좀 더 자연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태화강

 

태화강을 따라 이제 계속 바다 쪽으로 향한다. 6코스가 진하해수욕장에서 회야강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왔다면 7코스는 울산 도심을 거의 빙 돌아 태화강을 따라 다시 해안 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걷는다’는 해파랑길의 의미를 생각하면 6-8코스는 삭제되어야 한다. 번잡한 울산 도심을 헤집고 다닐 이유가 별로 없다. 코스 설계자의 의도는 울산 해안은 공업지대가 되어 일반인의 통행이 어려우므로 울산 홍보 및 관광자원 개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에서 이런 설계를 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아무튼 동해안 전 구간을 커버하는 해파랑길에서 이렇게 도시 탐구를 완벽히 하는 곳은 ‘울산’ 밖에 없다.

 

7코스 막바지는 바다와 만나는 태화강 하류 구간을 계속 따라 걷는데 길은 단 하나며 그 좁다란 인도를 꽤 많은 자전거 행렬과 같이 한다. 처음엔 ‘운동하는 사람들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인근 공장의 근무교대자들의 출퇴근 행렬이다. 이 근처는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KCC,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등 정주영의 그늘이 땅을 완전히 뒤 덮고 있다. 우측 부두에선 자동차를 배에 싣고 있다. 건너편 공장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는 배에 실려 어느 나라로 갈까?

 

태화강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는다는 것은 대게 자신을 한곳에 집중하기 위하여 에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