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46, 47 (남해읍 - 하동)
2023년 4월 10일(월) 6시 30분 날씨는 맑고 기온은 7도이다.
모텔을 나와 남해버스터미널 방향으로 걷는다. 어제 걸음을 멈춘 46코스 고현 우체국 앞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남해전통시장에 들러 아침식사(정식, 9천 원)를 했다. 오늘은 하동 섬진강교까지 거의 40km에 가까운 거리를 걸어야 한다.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인지 맘이 약간 조급하다. 다행히 곧 버스를 탔고, 7시 50분경 고현 우체국 앞에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뽑은 커피를 마신다, 전장에 나가는 병사의 심정으로...
남해바래길에서 '이순신호국길'로 부르는 남파랑길 46코스는 17.6km의 길이에 약 6시간 소요되는 난이도 '보통'의 길이다.
두루누비에서는 「40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의 운구행렬이 지난간 역사의 숨결과 호국정신을 느낄 수 있는 코스, 바다와 떨어져 목가적인 느낌이 물씬한 마을길과 숲길을 따라 걷는 아름다운 구간」이라 소개한다.
내가 걸은 남파랑길 46코스는 이렇다.
어제 회룡마을에서 출발하여 중현리와 고현면 소재지까지 왔었고, 오늘은 다시 출발 ▶ 대사천 뚝길에 조성한 아름다운 꽃길을 걸다 해안으로 내려간다. ▶ 이순신순국공원이다. 여기에는 관음포 유적지와 동상 그리고 임진왜란 벽화가 있는 큰 광장이 있다. ▶ 이락산을 돌아 다시 해안으로 내려서는데 여기서부터 '노량대교'가 보인다.▶월곡마을 ▶감암마을을 지나 계속 해안길이다 ▶노량대교와 남해대교 아래를 통과하면 횟집촌이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다 ▶ 횟집촌을 못 가 우측 비탈을 오르면 남해대교의 남단이다. ▶ 당연히 남해대교를 걸어 북단에 도달하면 그곳에 46코스의 종점이 있다.
남해대교를 건너 뒤를 돌아보니 남해도가 있다. 흔적 없는 내 발자욱들이 저기에 있다. 기약 없는 작별을 고한다. '잘 있어라, 남해여.' 그리고 이 섬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와 자유를 기원한다. '부디 모두들 평온하소서'
※남해군(Namhae-Gun)은 357.6㎢의 면적에 1읍 9면(유인도 3개, 무인도76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뉘며 약 42,000명(2021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다.
남파랑길 47코스는 구 노량공영주차장에서 하동 섬진교동단까지의 27.6km의 거리로 난이도 '보통'의 길이다. 그 동안 함께 했던 남해바래길은 남해대교를 건너지 못했다. 남해군의 노력 덕분으로 남파랑길 남해 구간은 안내 체계도 훌륭했다.
내가 걸은 남파랑길 47코스 이렇다. 오전 11시 10분부터 오후 6시 45분까지의 길 걷기다.
남해대교 북단에서 해안을 따라 걸으면 그곳이 하동 금남면 노량항이다 ▶사동마을 ▶대송마을(여기서 코스를 벗어나 19번 국도를 따라 걸었다) ▶진정마을에서 다시 코스로 합류 ▶진정천을 따라 걷다 보면 드디어 섬진강을 만난다. ▶이제부터는 섬진강을 따라 계속 북상이다. 신방마을 통과 ▶섬진강 습지공원 통과 ▶하동포구 공원 통과 ▶ 하동재첩특화마을 신기마을 통과 ▶하동송림공원에 도착, 공원 끝 지점에 광양으로 건너가는 다리 '섬진교'가 있다. 여기 섬진교 동단이 47코스 종점이다.
여기 대송마을서부터 19번 국도를 걸었다. 코스는 마을 뒷편 금오산 자락으로 올라 도로를 우회하여 진정리로 가야 한다. 그러나 남해대교를 건너면서부터 발뒤꿈치 통증이 심해졌다. 좀 쩔뚝거려야 할 정도이다. 지도를 살피고 난 후 산길보다는 국도를 좀 걷다가 진정리에서 다시 합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국도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그 구간의 국도는 인도가 없는 자동차전용도로다. 게다가 대부분의 구간이 교량이다. 굉음을 내며 달려오는(왼편으로 차량을 마주하며 걸었다) 차들이 왜 여기서 걷냐며 경고의 경적을 울려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 경적을 울린 차량은 없었지만 대형 화물차는 공포스러웠다. 국도를 나와 코스에 합류하려 다시 한적한 시골길에 접어들었을 때의 안도감이란...
이곳 하동송림공원은 나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2000년 대 후반 이곳에서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대회명이 '백사청송하동섬진강마라톤대회'이다. '백사청송'은 이곳 송림공원의 푸른 소나무와 섬진강의 하얀 모래톱을 일컫는 말이다. 송림공원 주차장 부지가 행사장이고 코스는 악양 평사리를 지나 화개장터까지에 이르는 구간이었다. 전국에서 손꼽을 만한 아름다운 코스이지만 지역주민들의 교통 민원이 극심하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단명에 그쳤다. 다시 온 이곳 송림공원과 하동 읍내는 별로 변한 게 없고 그때의 재첩국 식당들도 그 시절 간판을 달고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다. 길에서 추억을 하나하나 줍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이제는 늙었음을 실감한다.
저 노을 마냥 이제 하루를 마감해야할 시간이다. 몸 누일 곳을 찾아 하동 읍내로 들어선다. 내일 아침엔 섬진강의 반대편 길을 걸을 것이다. 발이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