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58, 59, 60 (서촌마을 - 와온선창)
2023년 4월 24일(월) 흐림,
여수 시내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로 서촌마을에 도착했다. 오늘은 순천으로 입성할 계획이다. 통영-고성, 여수-순천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즉 통영과 여수는 반도의 끝이고 고성과 순천이 북쪽을 완전히 덮고 있기에 고성과 순천을 통과하지 않고는 통영과 여수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번 52코스 길을 따라 순천에서 여수로 들어왔고, 오늘은 60코스 길을 따라 여수에서 순천으로 들어간다.
버스에서 내려 서촌마을의 58코스 출발점을 향해 도로변을 걷는 중에 마을방송이 들려온다. 벼농사 인증을 위해 흙검사를 실시하니 참가하라는 안내 방송이다. 농어촌 마을들을 걷다 보면 이런저런 마을 방송을 듣는데 그게 재미있다. 동네 이장님들이 주로 방송을 하겠지만 멘트를 날리는 실력, 발음과 성량의 차이도 다양하다. 방송을 듣고 있으면 좋은 진행자와 어설픈 진행자가 확연히 구별된다. 그 내용도 비료신청, 직불금 신청, 동네 청소, 축제안내 등으로 다양하고 부고를 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도 마을의 재미가 아닐까?
남파랑길 58코스는 서촌마을에서 관기방조제까지 15.5km의 길이로 약 5시간이 소요되는 난이도 '보통'의 길이다.
두루누비에서는 「화양면 서촌마을에서 소라면 창무신성교회 정류장까지 연결되는 구간으로 숲길, 마을길 등이 변화하며 반복되는 코스, 특별한 자원이 분포하고 있지는 않으나 다양한 경관 변화가 매력적인 구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내가 걸은 남파랑길 58코스는 서촌마을에서 출발 ▶옥적 마을을 지나 ▶마상제 저수지 옆을 통과 ▶펜션 몇 채가 나란히 서있는 감도항에 도착 ▶감도마을을 지나 ▶이천마을 ▶해안을 따라 돌면 가사리갈대밭을 품은 관기방조제에 도착한다.
남파랑길 59코스는 길이 8.4km로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난이도 '보통'의 길이다.
두루누비에서는 「창무마을에서 궁항마을까지 농로와 자전거길로 이어진 코스로 노선에서 조망되는 여자만 풍광이 아름다운 코스, 리아스식 해안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해안경관과 한적한 어촌마을들을 지나며 소소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코스」라 소개하고 있다.
남파랑길 59코스는 관기방조제에서 출발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대곡마을 ▶달천해안길을 따라가면 복산마을을 만난다 ▶이후 코스 종점 궁항마을에 도착
바로 앞의 바다가 여자만이고 그 너머가 고흥반도이다. 이제 곧 저 큰 덩치의 고흥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아마 남파랑길 걷기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다.
여자만은 동쪽의 여수반도와 서쪽의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바다로 드넓은 갯벌과 리아스식 해안이 다채로움을 더한다. 여자만의 해넘이는 바다와 갯벌 그리고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지는 해가 그려내는 붉디붉은 아름다운 채색화를 감상하게 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갯벌과 풍부한 해양자원으로 각종 철새들이 겨울나기를 하는 천혜의 환경을 지닌 곳이 여자만이다. '여자만' 해안길을 걸으며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남파랑길의 매력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남파랑길 60코스는 길이 15.1km이며 약 5시간이 소요되는 난이도 '쉬움'의 길이다.
두루누비에서는 「여수시와 순천시가 연결되는 구간으로 해안가를 따라 여수시의 '갯노을길' 등이 조선되어 있고, 대부분이 여자만을 따라 개설된 자전거길과 농로로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코스」라 소개하고 있다.
내가 걸은 60코스는 이렇다.
궁항마을 출발 ▶장척마을 ▶진목마을 ▶봉전마을 ▶광암마을 ▶두봉교(순천 진입) ▶와온마을
순천의 최남단에 위치한 와온마을은 그 뒷산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누울 와(臥) 따뜻할 온(溫) 자로 지어졌다 한다. 전형적인 작은 어촌 마을로 와온해변 앞바다에서는 짱뚱어, 새꼬막, 숭어, 보리새우, 맛, 칠게, 낙지 등의 수산자원이 풍부하고 특히 꼬막 생산지로 유명하다. 꼬막철인 10월-5월엔 양식장에서 긁어온 산더미 같은 꼬막을 분류하고 손질하는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와온선창에 98번 버스 정류장이 있다. 숙박도 하고 시내 구경도 할 겸 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순천 시내로 향한다.
무엇이 나를 길로 끌어당기는지 모르겠다. 역마살이나 방랑벽이 있는 것도 아닐터인데... 왜 이렇게 길을 걷고 있는지. 동해를 걸었고 지금은 남해를 걷고 있다. 길은 이어져 있는 것이고 남해 길의 종점인 해남에 이르면 서해를 걸을 것 같고 강화에 이르면 내친김에 휴전선을 따라 동해를 만나는 길까지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어떤 다른 힘이 다른 곳으로 나를 끌어당길지는 모르지만...
언젠지 모르지만 더 이상 두 발로 걸을 수 없는 순간까지는 걸음을 멈출 순 없다. 왜냐면 걸음은 자유와 행복이란 신발을 신고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신과 신체는 상호작용한다. 신체가 명령을 수행할 능력을 상실하면 정신은 신체에 걸으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다. 그리고 그 순간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