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79 (회진항까지 27.2km)
남파랑길 79코스 원등마을에서 회진버스터미널까지 27.2km의 길이로, 약 7시간이 소요되는 난이도 쉬움의 길이다.
두루누비에서는 「서울 광화문을 기점으로 경도상 정남 쪽에 위치한 정남진 지역을 지나는 구간으로 정남진 전망대에서 소록도, 거금대교, 완도, 금일도 등을 조망할 수 있는 코스, 장흥군이 조성한 '이청준, 한승원 문학길'이 일부 포함되어 우리나라 대표작가들의 발자취를 체험할 수 있는 구간, 상발마을 전망대, 사금어촌체험마을, 정남진 전망대 등 푸른 바다와 득량만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길」이라 소개하고 있다.
5월 15일 오후 2시, 다시 출발하는 79코스. '두루누비' 소개완 다르게 조급한 내 마음은 두루 구경하는 그러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벌써 발도 아프지 않은가. 시속 4km로 걷는다면 7시간이 걸릴 것이고, 밤 9시쯤엔 회진항에 도착할 것이다. 게다가 중간에 높진 않지만 산도 넘어야 한다. 좀 마음에 걸리는 구간이다.
79코스 길은 원동마을 출발 - 풍길교회(3.3k) - 상발버스정류장(6.4k) - 백운수산굴구이(10.6k) - 금굴식당(14.4k) - 정남진수산(16.1k) - 정남진전망대(19.7k) - 신상정류소(23.6k) - 한재고개(24.9k) - 회진버스터미널(27.2k) 도착으로 이어진다.
정남진 장흥군은 서울 광화문에서 경도상 가장 정남쪽에 위치하였다 하여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 사금마을을 '정남진'이라 명명하였다. 정동 쪽으로는 강릉을 '정동진', 북쪽으로는 '중강진', 서쪽으로는 인천시 서구를 '정서진'이라 부르고 있다. 광화문과 직선거리에 위치한 육지의 끝을 이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한반도의 중앙 즉 배꼽과 같은 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강원도 '양구'이다. 그래서 양구는 '국토정중앙 청춘 양구'라는 이름으로 지역마케팅을 하고 있다.
남파랑길 코스는 전망대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전망이 이미 눈에 훤하고, 또 지쳐서 언덕을 오르기도 싫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기에 전망대 아래의 도로를 걸어 우회했다. 아래편 도로를 걸으면서 '잘한 거야'라고 자기 위로를 한다.
코스에 따르면 지도처럼 오른편의 대신보건진료소 쪽에서 왼편의 한재고개를 넘어야 오늘의 목적지 회진항으로 갈 수 있다. 차도를 따라 우회해도 회진항에 닿지만 한참을 더 걸어야 한다. 그리고 밤중의 차도는 더 위험하다. 임도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마을 뒤 산으로 코스 따라 길을 걷는다. 그런데 불빛 한 점 없는 완전한 암흑이다.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다. 별일 없겠지 생각했지만 뒤 따르는 기억이 있다. 작년 동해 해파랑길을 걸을 때 고성 화진포에서 산을 내려올 때 들개 3마리와 마주친 기억이 갑자기 여기서 떠오른다. 음~ 그럴 수 있지, 어디 몽둥이라도 될 만한 게 있을까? 깜깜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설마, 뭐가 나타나겠어? 그냥 핸드폰 불빛으로 땅바닥을 확인하며 길을 오른다. 고개를 넘고 나니 반대편은 다행히 가로등이 몇 군데 있어 그제야 수월하게 산을 내려온다. 그리고는 얼마지나지 않아 저 멀리 마을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 왔다. 조금만 더 가면 회진항이다.
밤 8시 45분에 회진항 거리로 들어왔다. 남파랑길 코스 이정표를 확인하고 꽤 불편해진 다리를 절뚝이며 여관을 찾는다.
동해 해파랑길의 고성 화진포가 기억에 남아 있듯이, 남파랑길 회진항까지의 밤길 걷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래서 이 땅을 걸어다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