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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서해랑길 95코스(MRT9-4) 연수역에서 서구청까지

by 로드워커 2025. 5. 13.

2025년 5월 2일(금) MRT9 넷째 날이다. 인천시 연수구 연수역 앞 한 모텔에서 눈을 떴다. 생수를 마시고 커피를 끓였다. 그리고 이번 여정의 시작부터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다음인가 이번인가? 결론은 '이번에 끝내자'이다. 2024년 말 해남에서 시작된 서해랑길 걷기 여행은 비 온 뒤 찬란한 아침으로 빛나는 5월 2일, 인천 도심의 한 거리에 나를 세워놓았다.
 
지난 8차까지의 투어는 길면 4박 5일, 짧으면 3박 4일이었다. 무안에서, 태안에서 몇 개의 코스를 생략하기도 했지만 지금 여기 95코스까지 왔다. 이번 9차 MRT는 86코스 평택항에서 시작했다. 서해랑길 마지막 코스는 강화도 103코스이다. 그곳까진 아마 3~4일이 더 걸릴 것이다. 이번에 끝내기로 하였으니, 며칠밤이 지나면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볼 것이다. 아쉬울까? 아마 그럴 것이다.

모텔 인근 연수구 용담근린공원


서해랑길 95코스 17.0km 6시간 어려움

물길이 열리고 새 문물이 밀려들었던 인천에서 만나는 역사 문화거리를 지나는 코스이다. 개항기의 흔적이 남은 다양한 박물관과 이국적 정취가 흐르는 차이나타운에서 인천항이 간직한 옛이야기와 마주하는 코스이다.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 하여 그 위에 조성된 갯골을 살린 생태공원 '학인에코테마파크' 오래된 창고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한국 근대문학과 관련된 전시를 하는 '한국근대문학관' 개항기 인천의 풍경, 철도, 은행 등 자료를 전시한 '인천개항박물관' 한국 최초의 짜장면 집인 공화춘을 개조한 박물관 '짜장면박물관' 세계명작동화가 그려진 벽화마을 송월동 동화마을'

송도역 삼거리

아침부터 도심을 걷는다. 강화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도심을 걸을 수밖에 없다. 도시의 모든 길은 자동차 중심이다. 사람들은 신호등의 허락을 받거나 아니면 지하나 육교로 길을 건너야 한다. 빌딩과 건물들 그리고 차량의 홍수 사이를 겨우 비집고 다녀야 한다. 하루 종일 도시의 거리를 걸으면 눈은 껄끄럽고 코는 막막하고 귀는 먹먹해진다. 도시가 만들어내는 먼지와 유해물질로 목구멍인들 온전하지 못한다. 끊김 없는 도시 소음은 머리를 어지럽힌다. 도심 걷기는 고역이다.

능허대공원 방향으로
능허대공원

능허대는 청량산의 한 줄기가 바다에 다라라 절벽을 이루는 듯하다가 다시 솟아 섬 모양을 이룬 곳이다. 능허대는 백제 때부터 사신들이 중국을 왕래할 때 출항하던 곳이다. 이 나루터는 한나루(漢津)라 불렸다. 백제 사신들은 고구려를 거쳐가는 육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이곳 능허대를 통해 산둥반도의 등주와 내주에 이르는 뱃길을 이용하였다.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아파트와 유원지가 개발되어,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능허대 백제사신선
초삭막 길 걷기는 계속된다
송도신도시
남항공원(잠깐이나마 공원을 만나 숨을 돌린다)
인하대병원 사거리
인천 중구 신포동(거리에서 현장학습 중인 학생들을 보니 흐뭇하다)
인천개항박물관(구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1883년 인천이 개항되자 일본제1은행은 일본의 경제적 침략을 위해 이곳에 근대 금융기관으로 출장소를 개설하였다. 1888년 인천 지점으로 승격하였고 1899년 지금의 건물로 지었다. 현재는 개항기 유물과 자료를 전시하는 인천개항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 이 지역은 1883년 일본 조계를 시작으로 1884년 청국 조계가 설정되는 경계지역으로 현재는 자유공원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다. 경계계단의 좌측이 청국의 조계지이고 지금은 차이나타운이라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우측이 일본의 조계지역이다. 조선을 침략한 외세가 인천항을 통해 들어와 이렇듯 땅을 나누어 일종의 통치행위를 했다. 약탈이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이 일대를 지배했을 것이고 조선의 민초들은 침탈의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아름답게 주변을 가꾸어 놓았지만 여기 땅 밑에는 침탈당한 조선 민중의 울분이 묻혀있다. 오호통재라 무능하고 또 무능한 조선이여!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왔을 때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서였다. 차이나타운 입구 쪽에 규모가 꽤 커 보이는 '풍미'라는 간판을 단 중식당으로 들어갔다. 물론 혼자도 식사가 가능한지 허락(?)을 구했다. 메뉴를 고르던 중 홍천에서의 인연으로 친하게 지낸 성필형이 생각났다. 그 형은 중국집에 가면 가능한 잡채밥을 시켰다. 소주도 한 병 곁들이고... 그래서 오늘은 갑자기 잡채밥을 먹고픈 마음이 생겼다. 명색이 차이나타운이니 음식에 대해 안정감을 느껴도 좋으리라. 지방의 작은 중국집에서 잡채밥을 메뉴로 내놓는 곳이 흔하지 않다. 잠깐 후에 음식이 나왔고 맛있게 먹었다. 별점 4개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차이나타운 거리엔 단체 관광객들로 붐빈다. 식후라 그런지 관광객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나도 어슬렁어슬렁, 느릿하게 여유롭게 차이나타운 거리를 걸었다.


서해랑길 96코스 14.4km 5시간 어려움

새 문물을 맞이한 개항지의 역사와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아픔이 공존하는 굵직한 역사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는 코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으로 맥아더장군 동상이 있고 인천항이 한눈에 보이는 '인천자유공원' 일제강점기 때 응암산 줄기를 뚫어 축조한 무지개 모양의 돌문 '홍예문' 19세기부터 운영되던 시장으로 공갈빵, 닭강정 등 오래된 맛집이 많은 '신포국제시장'

자유공원에서 바라본 인천북항
미 제국주의의 장군 맥아더의 동상이 자유공원에 있다
공갈빵, 닭강정 등 오래된 맛집이 많은 신포국제시장
인천배다리 헌책방거리

인천의 배다리 헌책방거리, 예전엔 40여 개의 가게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 본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는 겨우 몇 개의 가게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이 다 그렇다. 부산에는 중구 보수동에 유명한 헌책방 거리가 있다. 그곳도 마찬가지다.

나의 모교(고등학교)는 보수동 헌책방 거리 뒷 편의 언덕을 올라가면 산복도로에 접해있는 혜광고등학교이다. 그 보수동 헌책방 골목 끝에 있는 한 중국집에 가곤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들은 수업을 마치고 내려와 중국집 뒷골방에 모여 술도 마시고 놀았던 기억이 새삼 되살아난다. 탈선학생이다. 모범생이 아닌 우리이기에 나와 친구들은 헌책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빼갈'잔을 찾아 헌책방 골목으로 갔다. 흔히 하는 얘기로 '그때 공부나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그런 생각은 여전히 하지 않는다. 뭐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지만, 더 공부를 잘했으면 뭐 별났을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공부만 잘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
도심을 거쳐 함봉산으로 접근한다
함봉산
원적산
도심을 향해 하산한다

함봉산과 원적산을 통과하여 도심으로 나왔다. 드디어 하루를 마감할 시간이다. 또 모텔런을 해야 한다. 모텔은 서구청 앞 먹거리타운에 여러 군데가 있다. 나는 가정중앙시장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구청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하룻밤을 보낼 모텔방으로 쏙 들어갔다. 

서구청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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