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누비에 소개된 남파랑길 31코스 개요는 이렇다. 「통영에서 나와 고성군 시내를 지나는 구간으로 고성남산공원에서 바라보는 고성만의 해안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구간. 해지개 다리, 남산공원 오토캠핑장, 남산공원, 대독누리길 등을 경유. 통영에서 고성으로 넘어가는 코스」 길이 16.2km의 5시간 소요되는 난이도 '보통'의 코스다.
3월 16일(목) 아침 8시 20분, 배낭을 챙겨(냉장고의 생수 1병과 음료캔 2개도 가방에 투척)메고 여관을 나왔다. 그리고 어제의 31코스 중단 지점 수남회전교차로를 향해 간다. 걷기에 상쾌한 맑은 날씨다. 둘러볼만하다는 남산공원은 어젯 밤에 길 동반자가 있어 그냥 우회했다. 고성 시내를 걸어가다 보니 남산공원 입구다. 그냥 간다. 이후 코스는 대독천변의 '대독누리길'을 따라 걷다 33번 국도 옆 샛길로 해서 부포사거리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 부포사거리가 31코스의 종점이다.
태양이 보내준 걸음 친구가 당신은 왜 이렇게 걷고있냐고 나에게 묻는다. 항상 머리 속을 맴도는 질문이다. 이렇게 생소한 곳에서 나는 왜 걷고 있을까? 더군다나 혼자서. 여관에서 잠자고 잠깐의 휴식 시간 외는 다리가 아파도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은 왜일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도 답은 모른다. 아마 죽기 전까지 알기 어려울 수도 있다. 흔히 얘기하는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고, 무슨 거창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건 내 능력 밖이다. 우선 '심심하지말고 재밌기 위해서'이라고 해 두자. 사람이 행복을 추구한다는건 분명한 진실이 아닐까. 행복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 중 '재미'는 반드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의 여러 요소를 손에 쥐고있어도 '재미'가 빠진다면 그 행복이 완성될까? 슬프거나 괴롭거나 힘들거나 아프거나 하는 것은 재미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삶의 실체를 추구하자 등등의 어려운 말이 필요할까. 지금은 간단히 생각하자. 번뇌는 나중으로 미루어 놓자.
뭘 좀 먹어야 겠다. 국도변에서 마주친, 대부분의 경우 평균의 맛을 보장하는 중국집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짬뽕' 한 그릇. 훌륭하다. 이렇게 아점으로 먹는 짬뽕 한 그릇도 걷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일 것이다.
남파랑길 32코스는 「문수암, 수태산 일원의 숲길 구간을 지나는 구간으로 걷기여행 난이도가 다소 높은 코스. 부포사거리에서 무이산, 수태산, 향로봉을 둘러가는 등산로로 비교적 난이도가 있으나 임도가 잘 형성되어 있어 큰 어려움이 없는 코스. 숲길에서 바라보는 해안경관과 학동마을의 돌담, 임포항의 풍부한 먹거리 체험이 가능」 이렇게 적혀있다. 길이 14.1km의 5시간 30분 소요되는 난이도 '어려움'의 코스이다.
12시 15분 부포사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32코스가 시작된다. 33번 국도 옆 길로 가다 망림교회 앞에서 국도를 건넌다. 선동마을과 무선저수지를 지나 길은 산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서 이어진다. 무선2길이란 오르막 도로를 지겹도록 따라 올라야 한다. 무이산(545m)과 수태산(574m) 사이의 고갯 마루(약 400 고지)까지 올라야 한다. 이후는 임도를 따라 계속 걸어야 한다. 아스팔트도 아니고 시멘트로 만든 딱딱한 바닥이 좀 피곤하다. 산을 내려오면 전주 최씨 학동종가집과 학동마을 옛담장 길을 지나 하일초등학교, 하일면 사무소를 통과하면 32코스 종점 임포항에 이른다.
나는 오후 5시 10분에 임포항에 도착했다. 임포항은 쓸쓸해 보였다. 몇 일 후, 여기서 나는 또 걸음을 뗄 것이다. 땅 끝 해남은 언제 도착할까? 여태 걸어온 길들을 되돌아 집으로 잠시 쉬러 간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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