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월) 11시 50분, 남해버스터미널 도착. 3월 22일, 걷기 종착점이자 남파랑길 38코스 시작점인 적량마을까지 가는 버스가 이곳 터미널에서는 없다. 어디로 가서 적량행 버스를 타야 하는지 또 그곳에서는 얼마나 기다려야 버스를 탈 수 있을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잘못하면 오후를 다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택시를 타고 싶지는 않다. 버스와 두 발만로만 이동할 것이다. 일단 지족으로 가자. 거기서 남파랑길 39코스를 걷는 것으로 시작하자. 12시 5분에 지족행 700번 버스가 출발한다.
남파랑길 39코스는 9.9km의 길이에 약 4시간이 걸리는 난이도 보통의 코스다.
두루누비에서는 「지족해협을 따라 죽방렴을 관람하며 걷는 길로 물건마을까지 이어지는 코스, 조붓한 마을 길을 따라 걷다가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방풍림인 물건방조어부림을 따라 임도 산책로를 걷는 코스,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갯벌과 죽방림의 장관을 감상하며 전도마을, 둔촌마을 등 어촌 체험을 할 수 있는 코스」라 소개하고 있다.
남해는 섬이다. 꼭 호두 속 같이 생겼다. 남해군은 창선면, 삼동면, 미조면, 상주면, 이동면, 남면, 서면, 고현면, 설천면, 남해읍 이렇게 1읍 9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동면 지족리에서 남해와 창선이 창선교로 연결되어 있다. 창선삼천포대교는 창선면과 삼천포를 이어주고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는 하동과 이어진다. 인구 4만이 조금 넘는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섬이 남해다.(제주도 1809.9㎢, 거제도 374.9㎢, 진도 353.8㎢, 강화도 300㎢, 남해도 298.4㎢ 순이다)
내가 걸은 남파랑길 39코스 길은 이렇다. (남해바래길 6코스, 죽방멸치길)
지족 하나로마트에서 출발한다. 우선 창선교 아래로 내려서면 곧 죽방렴 관람대가 나온다. 실물의 죽방렴을 자세히 볼 수 있다. 해안을 따라 걸으면 전도마을이다. 그리고 남해청소년수련원을 지나 해안을 따라가면 둔촌마을이 나온다. 화천 뚝길을 따라 걷다 동천마을을 지나고 언덕을 내려가면서 펜션단지를 만나고 해안에 다다르게 된다. 여기부터 물건방조어부림이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물건마을 도착 후 마을을 통과하며 언덕을 오르면 3번 국도를 만난다. 물건버스정류장이 39코스의 종점이다.
죽방렴은 적어도 조선시대부터 있어온 어로방식이며, 일명「대나무어사리」라고도 한다. 참나무 말목 300여개를 갯벌에 박고 대나무 발을 조류가 흐르는 방향과 거꾸로 해서 V자로 벌려 시속 13~15km의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한 어류를 포획하는 원시형태의 어로 포획방식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죽방렴에서 잡힌 멸치는 전국 최고의 상품임을 자랑한다. 일대의 식당과 상점들은 죽방멸치에 기대어 있다.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면 일대에 23개소가 설치되어 있고, 멸치, 학꽁치, 병어, 전어, 문어 등이 잡힌다.
「멸치의 크기별 명칭」이란 안내문을 보니, 세세멸(시래기) - 세멸(3~4cm) - 소멸(5cm 내외) - 중멸(10cm 내외) - 대멸 - 징어리 - 밴댕이(띠푸리) - 까나리 순으로 되어있다.
물건방조어부림은 방풍림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방조림은 태풍 ·지진 등에 의하여 내륙으로 밀려 들어오는 높은 파도의 저지 또는 해풍에 의한 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안지대에 조성한 수림대이며, 어부림은 물고기가 살기에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는 숲인데 17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이 숲은 '방조림'과 '어부림'의 역할을 모두 하고 있어 '방조어부림'으로 불린다. 느낌인지 몰라도 남해의 방풍림은 동해에 비해 규모도 작고 그 수도 적은 것 같다. 동해 바다의 거친 환경이 많은 방풍림을 만들었을 것이다.
물건마을에 도착해서 숙소 찾느라 한참 헤메다 실패하고 결국 독일마을로 올라왔다. '크란츠러'란 펜션에 방을 잡고 하루를 마감한다.
청산행
이기철
손 흔들고 떠나갈 미련은 없다
며칠째 청산에 와 발을 푸니
흐리던 산길이 잘 보인다.
상수리 열매 주우며 인가를 내려다보고
쓰다 둔 편지 구절과 버린 칫솔을 생각한다.
남방으로 가다 길을 놓치고
두어 번 허우적거리는 여울물
산 아래는 때까치들이 몰려와
모든 야성을 버리고 들 가운데 순결해진다.
길을 가다가 자주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서른 번 다져두고 서른 번 포기했던 관습들
서쪽마을을 바라보면 나무들의 잔숨결처럼
가늘게 흩어지는 저녁 연기가
한 가정의 고민의 양식으로 피어오르고
생목 울타리엔 들거미줄
맨살 비비는 돌들과 함께 누워
실로 이 세상을 앓아보지 않은 것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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