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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서해랑길 44, 45코스(Tour5-Day3)줄포, 곰소 그리고 모항

by 로드워커 2025. 3. 13.

44코스 14km 4시간 30분 '쉬움' (718.0)

서해랑길 45코스 (사포버스정류장-곰소항회타운)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갯벌이 살아 숨 쉬는 줄포만생태갯벌공원을 지나며 다양한 조류와 염생식물, 갯벌동물을 만날 수 있는 코스이다.

  2025년 3월 8일(토) 여인숙 같은 모텔의 작은 방, 6시 잠에서 깼다. 이젠 '여인숙'도 잊혀가는 단어가 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어젯밤 택시를 탄 건 잘한 일이었다. 기사분이 아니었으면 줄포에 단 하나 있는 이 여관을 알 순 없었을 것이다. 다음 숙소가 있는 곳은 무려 곰소항까지 가야만 한다.
 
  아침의 줄포 거리로 나섰다. 이곳 줄포는 다른 면에 비해서 상당히 규모가 크다. 예전엔 꽤 번영했던 곳이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흔적들이 거리 곳곳에 묻어있다. 버스터미널, 시장, 상가 등이 다른 면들과는 차이가 난다. 하룻밤을 보낸 줄포는 나의 기억(Long-term memory)에 고마운 마을로  저장되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 하나? 미세먼지로 하늘은 흐릿하다. 약간의 비 예보가 있다.

줄포면 단 하나의 여관 수윤장모텔
줄포면소재지 거리 모습
버스터미널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
줄포만 노을빛 정원

  여기는 44코스 약 5km 지점이다. 어제 코스를 따라 걸었으면 지나쳤을 공원에 가보기 위해 후진했다. 상당히 큰 생태형 공원이라 둘러보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안 줄포만 갯벌은 남북의 폭이 7~9km, 동서의 길이가 약 20km나 되는 곰소만의 동쪽으로 길게 만입된 반 폐쇄적인 내만의 가장 우측에 위치해 있다. 수심이 낮고 대조차가 약 6m 정도이며, 저조 시에 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주로 뻘갯벌로 되어있고 조간대 상부에 위치해 있어서, 칠면초, 나문재 등 염생식물 군락이 잘 형성되어 있고, 100여 종이 넘는 생물종이 서식하는 등 생물종 다양성이 높다.

  켜켜이 쌓인 산들이 바다를 바라고 뻗어 간다. 저것이 변산반도의 줄기이자 심지이다. 변산반도는 국립공원이다. 저기 어디쯤의 높은 봉우리가 내변산이고 그 산에 유명한 사찰 '내소사'가 있다. 반도의 해안을 따라 걷는 나는 갈 수 없는 곳이다. 눈도장만 찍어 놓는다. 산 밑으로 보이는 민가들이 있는 곳이 곰소항이다. 이제 멀지 않다.  

배수갑문

  배수갑문 排水閘門은 하구의 담수호, 간척지 등 방조제로 해수와 차단된 지역의 내수를 배제하기 위해 설치되어 바다로 배수하는 배수문이다. 상하로 이동하는 슬라이드 식과 힌지로 회전되는 레이디얼 식이 있다. 길을 걸으며 무수히 보게 되는 구조물이다. 가까이 가서 그 구조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한가한가?  

곰소 가는 농로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구진마을 정자에서 비를 피해 잠시 휴식, 비 내리는 오전의 곰소항 가는 길은 괜한 여유마저 느낀다
곰소염전

  곰소염전 부근, 뒷편 축제양식장에서 새우를 키우고 바로 앞 건물에서 생물 왕새우를 팔거나 새우구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한, 생산과 소비가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곰소항 도착

  곰소항은 하루에 130여 척의 어선들이 드나들 정도로 활성화된 어항이다. 곰소항 주변으로 대규모 곰소염전이 있고, 대한민국 최대의 젓갈시장인 곰소 젓갈시장과 수산시장, 건어물시장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10시 25분, 44코스 종점 곰소항회타운 도착


45코스 15.2km 5시간 '쉬움' (732.7)

서해랑길 45코스, 곰소항회타운에서 모항까지

  우리나라 첫 해안형 자연휴양림 변산자연휴양림을 지나 부안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코스. 소금으로 담근 젓갈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곰소염전/곰소젓갈단지', 조개잡이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모항어촌체험마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위치한 '변산자연휴양림'이 관광 포인트이다.

  2025년 3월 8일(토) 오전 10시 30분, 잠시 휴식 후 45코스 종점 모항을 향해 출발. 비는 예보와 비슷하게 5mm가량 내린 듯하다. 흐리지만 걷기 좋은 토요일 오전이다. 아직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곰소항 상가 거리
곰소항 수산물 시장
곰소항

  곰소항은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에 위치한 항구이다. 전북에서는 군산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어항이다. 곰소(態淵)라는 말은 곰처럼 생긴 두 개의 섬이라는 말과 그 섬 앞바다에 깊은 소가 있어 생긴 이름이다. 전해지는 설화로는 바다를 걸어 다닐 정도로 큰 해신이자 여신인 '개양할미'가 곰소 앞 바다의 게란여에 이르렀을 때 어찌나 깊은지 치맛자락이 젖은 적이 있었는데, 화가 난 개양할미가 육지에서 흙과 돌을 치마에 담아 게란여를 메웠다고 한다. 이곳은 지금도 깊어서 이 지방의 속담에 깊은 곳을 비유하여 '곰소 둠벙 속 같이 깊다.'라고 하기도 한다.

개양할미와 수성당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수성당에 좌정해 있는 칠산바다의 여신. 칠산바다의 주요 해신(海神)은 개양할미와 그가 낳은 여덟 딸들이라 할 수 있다. 개양할미는 칠산바다의 여신을 총 지휘하는 으뜸 신격에 해당되며 어부들의 뱃길 안전과 풍어를 돕는 기능을 한다.(인근 동리의 주민들은 개양할미가 있어 든든했을 것이다. 민초들을 보듬어 살피는 무속신앙은 이래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태가 보여주듯 이런 무속을 자신의 영화를 위해 부리는 요사로 둔갑시킨 일부 사회지도층은 무속으로 혹세무민 惑世誣民 하고 있다.) 
 
  이런 개양할미가 있는데, 1993년엔 서해페리호가 격포를 떠나 위도에 갔다 오는 길에 근 3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 참변이 생겼다. 사고원인은 정원초과였다고 한다. 수성당 개양할미가 뭐에 노했을까?

왕포항 가는 길
왕포항

 오후 1시가 조금 못되어 왕포항, 왕포마을에 도착했다.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식사는 모항에서 할 수밖에 없다. 걷기를 계속한다.

부안 마실길 코스도

  변산반도가 해안에 부딪는 지역을 8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마실길'이란 이름으로 걷기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서해랑길 44코스부터  48코스까지가 부안마실길과 겹친다. 부안에서 마실길을 만든 것이 먼저이고 이후 서해랑길을 조성할 때 그 길을 적용한 것이다.  

작당마을 부근

  여기는 부안 마실길 6코스이다. 곰소항을 지나면서 길 걷는 사람들이 한 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왕포항 부근부터는 무더기로 걷는 사람들의 행렬이 나타났다. 내가 서해랑길을 걷기 시작한 이래로 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하루에 한 명 보기도 힘들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단체로 걷기 여행을 나온 것 같다. 일정 지점에 하차하여 마실길을 걷고, 곰소항 등에서 식사 후 젓갈 쇼핑을 하고 돌아가는 단체여행객일 것이다.
 
  길에서 만나는 '길 걷는' 사람은 반갑다. 그래서 가벼운 인사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길에 사람들이 많아지면 또 그들이 관광객이라면 사정은 다르다. 반가운 마음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다. 나는 외톨이가 된 기분이고 그래서 앞에서 오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걷는다. 먼저 인사를 건네오는 사람이 있으면 답인사를 하지만 그들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 서로 웃고 떠들기 바쁘다.   
 
  아! 봄이 왔구나. 이렇게 풍광이 좋은 변산반도 이곳 저곳에서 맘껏 즐기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물건도 잔뜩 사가지고 돌아가시길 바란다.

조릿대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1970년 대 해안으로 무장공비가 침투한 적이 있어 경계를 위해 초소를 설치하였다는 안내문이다. 이곳뿐 아니라 변산반도 해안선 전체에 걸쳐 철조망과 초소가 참호로 이어져 있다. 지금도 그 흔적들은 그대로 남아있다. 국립공원 변산반도완 분명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를 떠올리게 해 씁쓸하다.

  모항을 향해 힘들게 산길을 가던 중 탁 트인 전망을 만났다. 그러나 앞에 보이는 광경에 화가 치밀었다. 산 허리를 무참히 파헤쳐 펜션 같은 건물을 줄지어 늘어놓았다. 이렇듯 아름다운 해안을 저렇듯 망쳐놓을 수 있는가? 이따위 건축허가를 내준 부안군청은 각성해야 한다. 더 이상은 이런 식의 개발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길 45, 모항이 보이는 길

  모항이 지척에 보인다. 오금이 아프다. 어제의 걷기에 오늘의 걷기가 더해진 피로 누적인가? 이제 약간은 쩔뚝거리는 수준이다. 모항 근처의 코스를 돌아 드디어 45코스 종점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이다. 하지만 걷기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민박집이 하나 있다. 그곳에 방을 얻었다. 
 
  일대를 둘러보니 주차장을 중심으로 상가와 숙박시설이 빙둘러 있다. 황금시간인 토요일 오후인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철 지난 바닷가 같은 썰렁한 분위기다. 가까이 가보니 문을 닫은 곳이 많다. 쇠락의 기운이 떠돈다. 산자락, 해안, 마을 등엔 온통 펜션인데 운영은 가능할까? 변산반도는 국립공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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