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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대변항에서 임랑까지(해파랑길 3코스)

by 로드워커 2022. 3. 26.

포구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풍경-방파제와 등대 그리고 갈매기들

 

20220320(일) 오늘은 쉴 생각이었는데 아침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코스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몰려온다. 그래, 가자! 후다닥 집을 나와 버스에 몸을 싣는다. 3코스 출발점 대변항에 다시 섰다. 12시를 조금 넘어서 출발. 해파랑길 3코스는 대변항을 품고 있는 봉대산을 넘어 기장군청, 경찰서를 지나고 일광해변을 지나 임랑 해수욕장에 도착하는 길이다. 총 16.9km.
 
일광을 지나면서 발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등산화가 너무 조여 오는 느낌이다. 왼쪽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생긴다. 새끼발가락도 약간 불편하다. 임랑에 도착하기 전부터는 약간 절뚝이는 걸음이 되어버렸다. 고작 요 정도를 걷고 불편을 느낀다면 고성까지 아니 코리아 둘레길 전체를 어찌 걸어낸다는 것인가! 한심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등산화 때문이다. 신발을 운동화로 바꿔야겠다.
 
미역은 기장 특산품이다. 과연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기장, 대변, 일광 일대의 미역 채취와 말리기가 한창이다. 해변가에서 미역을 따고 말리는 주민들의 모습이 내가 볼 땐 정겨워 보이지만 그분들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생업은 힘든 것이니! 일광 해수욕장 건너편으로 학리가 보인다. 작년 여름 형제들과 유명한 맛집이래서 아구찜을 먹었던 곳이고, 또 예전 친구가 한때 일했던 곳이다. 요번 주말엔 얼굴 보러 가야하리.
 
길을 걷다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여러 사람이 눈에 띈다. 걷는 모양새가 해파랑길 도보 여행자가 분명하다.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사람도 보이고 같은 방향으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방향을 걷는 사람들 중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 한 쌍 그리고 조금 뚱뚱한 키 작은 청년이 해파랑길 걷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말을 걸고 싶은 생각은 없고 가끔 보이면 그저 시선이 향하는 정도다.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까? 왜, 이 길을 걷고 있을까? 언제까지 걸으려나?
 
오늘 코스의 막바지 임랑 해변에 이르면 저편 곶에 나타나는 둥근 지붕의 콘크리트 타워들과 산위에 줄지어 빼곡히 늘어선 송전탑들이 보인다. 고리원자력발전소이다. 이제 우리나라 해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여기 고리원자력발전소는 미국 웨스팅하우사가 건설한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이다. 나는 원전에 반대한다. 원전 찬성론자들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경제적으로 효율이 높고 깨끗하고 안전한 발전시설이라 말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안전하다는 설명은 절대 수긍할 수 없다. ‘안전한 원전’이란 말은 완전한 어불성설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를 웅변한다. 기계나 시스템은 언제든지 고장날 수 있고, 어떤 천재지변이 엄습할 지는 인간의 예측 밖에 있다. 즉 사고의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단 한 번의 사고로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원전이다. 그러므로 경제성 따위의 논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느낌이 절로 생긴다.
 
임랑에 도착. 이제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면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시골에서는 배차 간격이 넓고 노선이 적어 쉽게 목적지로 갈 수 있는 교통편을 만나는게 쉽지 않다. 하긴 사는 사람이 적으니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샤워하고 간단한 식사 후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고리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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