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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서해랑길 14, 15코스(T2-Day2)해남 문내에서 화원면 별암까지

by 로드워커 2025. 1. 18.

14코스 18.2km 6시간 난이도 보통(232.5)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해안 비경과 소박한 마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해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따온 이름으로 해변 캠핑장, 골프장이 있는 종합휴양단지 '오시아노' 관광단지가 있다.

하룻밤을 보낸 숙소

2025년 1월 14일 오전 8시, 해남군 문내면 무고리 숙소 오원펜션(솔가펜션)을 나왔다. 날씨는 맑고 아침기온은 영상 1도이다. 걷기엔 좋은 기상 조건이다. 어제 아시아마트에서 구입한 컵라면이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식사다. 허기 지진 않을 것이다. 길을 가다가, 아니면 저녁 숙소(식사 가능이라 안내를 받았다)에서 에너지 보충을 하면 된다. 배낭엔 물 한병, 삶은 계란 한 알, 건빵 약간이 있다. 비상식량을 조금 더 준비하는 것도 필요할 듯 하다. 오늘은 2차 투어 둘째 날이다. 

숙소인 펜션 앞, 텅 빈 새우양식장 너머로 아침해가 솟아 대지를 비추고 있다. 봄이 되면 양식장에 바닷물을 채우고 아마도 흰 다리 새우 치어를 넣을 것이다. 사료를 주고 항생제도 넣고 물풍차는 돌아가고 그러면 새우들은 몸집을 키울 것이다. 여름이 되면 새우들은 시장으로 팔려가거나, 여기 펜션에 놀러 온 관광객들의 요리재료가 될 것이다. 펜션단지를 나와 우수영로를 따라 걸으면 궁항마을이 나오고 초동마을을 지나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 연구소 앞을 지나 오시아노 관광단지로 연결된다. 둘째 날의 행군이 시작된다.

궁항마을

길을 걷다 새소리가 시끄럽게 들려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길가엔 소리를 내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 그렇다. 그 소리는 하늘을 날고 있는 새떼들이 내는 소리다. 멀리 하늘을 나는 새떼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음이라곤 하나도 없는 도로 위를 걷는 내겐 너무나 뚜렷이 새소리가 들린다. 신기해서 카메라를 갖다 대었다. 무슨 새인지는 새 문외한인 나는 당연히 알 수 없지만, 새들이 방향을 바꾸거나, 무리를 나누거나, 경계 신호를 하는 등 등의 소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소리이다.  

여기서부터 도로명이 우수영로에서 시아로로 바뀐다.
오시아노 캠핑장 안내실 부근

오시아노 캠핑장에 도착하니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 시원하게 대소사를 처리하고 한편에 앉아 휴식 겸 숙소 예약을 한다. 처음 해남에 도착한 날 느긋한 마음으로 오후 4시가 넘어 숙소 예약을 하려다 실패한 기억 때문에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예약을 한다. 그날의 목적지가 도심이라면 예약이 필요 없지만 대부분 목적지 부근에 숙소가 흔치 않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예약을 완료해야 안전하다. 오늘의 숙소는 방조제 직전에 있는 '자연과 사람들'이라는 카페를 겸한 민박집이다. 저녁식사를 할 수 있고 미리 주문하면 조식도 가능하다. 오늘은 걸어야 할 거리도 부담스럽지 않아 편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뗀다.

오시아노 캠핑장
잘 정리된 오시아노 관광단지 주변과 가로수 길
시아로의 가로수 먼나무

시아로를 걸으며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가로수로 심겨 있는 나무였다. 빨간 열매가 잔뜩 달려 있는 것이 아주 멋져 보였다. 그러나 나무 이름을 도무지 알 수 없다.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물어 볼 수도 없다. 그래도 이름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해남군청에 전화를 했다. 나무 이름을 알고 싶다고 하니 전화를 두어번 돌리고 나서 담당자와 통화가 됐다. 시아로 가로수 나무 이름을 '먼나무'라고 한다. "예? 먼나무, 먼나무요, 멀다 할 때 그 먼요?" 그렇다 먼나무다. 남부수종이라고만 알려주고 전화가 끊겼다. 그래, 먼나무구나. 검색해 보니 먼나무의 자생지는 우리나라의 제주도 및 보길도와 목포 등 전남해안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배롱나무

길가에 배롱나무가 군집으로 심겨 있다. 해파랑길 동해에서 삼척으로 넘어가는 고개길에 무수히 많은 배롱나무가 심겨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생각난다. 그 구간의 해파랑길이 화마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지역이었고, 그래서 아픈 마음으로 나무들을 바라본 기억이 난다. 이 나무는 새순이 늦게 나는 편인데 당시가 4월이라 지금의 이 나무들처럼 푸른 잎은 없었다. 배롱나무는 꽃이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져서 오랫동안 펴 있는 것처럼 보여 100일을 뜻하는 백일홍나무(百日紅나무) 또는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백일홍의 소리가 변해서 배롱으로 되었다고 추정한다.

장수마을

시아로와 파인비치골프장이 끝나면 장수마을이고 이후 인지마을, 송촌마을, 후포마을을 거쳐 14코스 종점인 당포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14코스 종점인 당포마을 정류장

14코스 종점, 오늘 갈 길의 절반을 걸었다. 정류장 옆 평상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잠시 쉰다. 너른 공터에 윙바디 화물차를 세워두고 점검을 하던 기사가 다가오더니 묻는다. "오! 무전여행?" 기사분이 반쯤은 부러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온다. "예, 그냥 길 걸어 다닙니다." 그렇게 10 여 분 대화를 나눴다. 본인도 정처 없이 여행을 하고픈데 쉽지 않다고.... 나이가 72세라 하기에 이제 일 그만하시고 여행을 다니시는 것도 좋겠다고 말을 건넸다. 좀 쉬려 하니 마나님이 차를 사주고 일을 안 하면 죽는다는 둥 등이 떠밀리고 있다고, 또 하던 일을 멈추기도 쉽지 않다고 푸념이다. 지난 50년 간 배추 수송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이 분은 전국 구석구석 다 다니기 때문에 각 지역의 유명 관광지나 명승지를 훤히 알고 있다고, 그러나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나중을 위해 아껴둔다는 것이다. 언젠가 자전거로 전국을 다니며 그곳들을 다 둘러볼 계획이라 한다. 나는 꼭 그러시길 바란다면 그 분과 작별을 했다. 손을 흔들어 떠나는 나를 배웅해 주신다. 그는 계획대로 전국 유람에 나설 수 있을까?      

72세의 기사분과 그의 윙바디 화물차


15코스 13.6km 4시간 30분 난이도 '보통'(246.1)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고요한 시골마을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코스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영암금호방조제'와 1996년 준공된 영암과 해남을 잇는 방조제를 기념하는 '영암금호방조제 준공탑'이 있다.

당포버스정류장

2025년 1월 14일 오후 2시 15분 화물차 기사와 대화를 나눈 후 15코스를 출발한다.

화원면 월하마을

월하마을에서 월산마을로 넘어가는 산기슭의 농로를 따라가던 중 너무나도 멋진 자태를 뽐내는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나무를 보는 순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지는 않지만 아마 팽나무인 듯하다. 여름철의 나뭇잎이 우거진 모습도 멋있을 테지만, 굵은 밑동에서 뻗쳐 나온 줄기들, 앙상한 가지들이 만들어낸 완벽에 가까운 모양새가 나를 압도한다. 동리 주민들이 당산제를 드리지 않을 수 없는 위용을 갖춘 마을의 보호수일 것이다. 비록 마을에서 좀 멀긴 하지만... 난 이 나무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화원면 월산마을
배추 내다 파는 날

배추 수확 중인 곳을 지나다 배추 출하의 삼위일체를 한눈에 확인한다. 1톤 트럭은 밭에서 수확한 배추를 도로가에 대기 중인 대형화물차(윙바디가 대세인 듯)로 옮기는 역할을 하고, 옆에 있는 승합차는 외국인 노동자들 수송하는 용도의 차량이다. 이 세 요소가 있어야 대도시의 큰 야채시장에 배추를 내다 팔 수 있다.

숙소 '자연과 사람들'

오후 4시 30분 숙소에 도착한다. 오늘의 걷기는 여기서 끝이다. 식사와 휴식이 기다리고 있는 카페 겸 민박집으로 들어섰다. 예약을 하며 길을 걷는 사람이라 미리 말을 해두었기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금방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 준다. 어디서 어디로 걸으시냐고 대놓고 묻는 손님도 있다. 자기도 걷기 여행을 해야 한다며...궁금해 한다. 나는 미소로 답하고, 얼른 방으로 올라가 샤워부터 한다. 잠시 쉬었다 카페로 내려와 식사를 했다. 이 집의 대표 메뉴가 돈가스이다. 당연히 저녁은 그걸로 정했다. 후식으로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 7시 30분에 조식을 준비해 달라고 신청했다. 밥값은 만원이다. 그리고 숙박비는 5만 원이다.  

한옥 방이라 천장의 서까래가 노출되어 있다. 층고가 높으나 방은 따뜻하다.

내일의 날씨는 춥고 눈이 올 것이라 한다. 단단히 준비하고 길을 나서야 한다. 하지만 뭘 준비하겠는가? 따지고 보면... 없다. 2차 투어의 둘째 날 밤이 저문다.

 

해남군은 서남쪽 모서리에 자리잡은 전남최대의 지역으로 동쪽,동북쪽만이 강진, 영암과 연결된 육지이고 3면이 바다인 해남반도로 되어있다.
해남의 행정구역은 1읍 13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구는 63,457명(24년 10월 현재)이고 총면적은 1,031.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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