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코스 12.0km 4시간 난이도 '보통'(137.7)
서남해안의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생태가 살아있는 옛길이며 헌복동에서 서망까지 가는 길은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하는 오솔길이다. 진도아리랑 체험관과 공원, 진도민속마을 등으로 구성된 ‘아리랑마을관광지’, 삼별초에서 몽고 항재한 배중손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사당 ‘고산둑 윤고산사당’, 조선 초기 왜구 침입에 대비해 축성한 석성 ‘진도 남도진성’이 볼거리이다.
홀로 걸어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육체와 영혼, 두 존재가 대화를 나눈다. 서로 격려하고 동행한다. 또 서로 힐책하고 의심을 주고 받는다. 그래서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은 것일까?
2025년 1월 2일 오후 3시, 국립남도국악원을 떠나 9코스로 진입한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종점까지 갈 수는 없다. 숙소로 예약을 한 남도진성 부근까지라도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는데 까지 가기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발바닥과 다리가 아프다. 봄날의 걷기와 겨울의 걷기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또 작년, 재작년의 걷기와 오늘의 걷기 역시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오후 4시 겨우 굴포항에 도착했다. 종점인 서망항 까지는 약 10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너무 힘들어 굴포항에서 예약한 숙소에 전화를 했다. "미안하지만, 나 좀 태우러 올 수 있나요"하고 구조를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여성분은 당연히 가겠다며 나의 위치를 묻는다. 차로는 5분이 걸리지 않을 거리다. 굴포마을회관 앞에서 숙소서 온 차량이 나를 픽업했다. 일단 오늘 일정이 이렇게라도 마무리된 것에 감사한다.
'진도평화쉼터'에 도착하여 눈으로 확인한 숙소는 일반 상업 숙박시설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등과 연계된 사회적 연대의 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운영의 내막이야 자세히 알 도리는 없지만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고, 이런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느껴진다. 어쨌건 여기를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나를 픽업한 여성(운영위원이라 명함에 적혀있다)과 함께 본채 거실로 들어와 대표라는 중년의 남성과 함께 차를 마시며 나의 걷기 여행과 이곳 쉼터에 대해 잠깐이지만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제주에도 평화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는 여기서 배로 1시간 30분 걸린다. 제주평화쉼터를 운영이 먼저이고 이후 진도에도 쉼터를 내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여긴 일종의 분점이다. (진도평화쉼터 김나나 운영위원 제주, 팽목 세월호기억관 010-4854-4422)
2025년 1월 3일 오전 7시 30분, 아픈 다리를 이끌고 들어와 하룻밤을 보낸 숙소. 다리 상태는 좀 괜찮은 듯 하지만 걸어 보아야 할 일이다. 오늘은 팽목항 세월호기억관까지만 보고 철수해야 할 것 같다. 서해랑길 1차 투어는 당초 계획엔 조금 못미치지만 여기서 마무리할 계획이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남도진성, 어제는 숙소 차량를 타고 지나쳤기에 코스로 출발 전 둘러보려 다시 찾았다. 동틀 녘의 성곽 모습이 여명과 어울려 멋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벽과 성곽 내 여러 건물이 잘 정비되어 있는데 불과 이 년 전에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진도 남도진성은 조선 초기 외적의 침입에 방어하기 위해 설치된 만도포 만호부 진의 외곽을 둘러서 쌓은 성곽이다. 평평한 땅에 쌓은 성으로 서망산과 망대산 사이 내해에 자리하여 외부에 가려져있고 돌출된 산을 이용하여 적을 감시하기 좋은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사적 안내문)
10코스 15.9km 5시간 30분 난이도 '쉬움'(153.6)
생동감 있는 바다의 숨결을 느끼며 다도해의 풍광을 느낄 수 있는 길이며 소박한 항구를 품은 마을을 잇는 길로 어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코스이다. 진도 서남단에 위치한 어업 전진기지이며 국가어항 ‘서망항’과 진도와 인근 섬을 이어주는 여객선 전용항구 ‘진도 팽목항’이 있다.
길을 가다보니 노란색 조형물이 눈길을 끄는데 세월호 참사 현장을 향해 헌화하고 있는 추모공원의 조형물이다. 진도 국민해양안전관(270억원이 투입됐으며, 지하 1층, 지상 2층)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수습됐던 팽목항에서 500여m 거리에 있으며, 23년 12월 7일에 개관식이 열렸다.
진도항 터미널 앞 정류장에 서있는 녹색 버스를 보고 얼른 올라탔다. 버스를 타기로 했다면 시골에선 눈 앞에 나타난 버스는 무조건 타고 봐야 한다. 방향은 타고나서 물어도 된다. 기사가 짜증을 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외지인 아닌가? 눈 앞에 버스를 놓치면 얼마나 더 기다릴지 알 수 없고, 그게 마지막 버스일 수도 있다. 내가 탄 버스는 연안여객선이 도착하면 그 승객들을 태워서 출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버스였다. 버스에 올라보니 카드단말기도 없고 눈에 익은 돈통도 보이지 않는다. "요금은 요?" 하고 물으니, 버스 기사는 무심히 손만 휘젓고 만다. "뒤로가 앉으세요" (진도터미널에 도착해서야 안내문을 보고 알았다. 작년 7월부터 농어촌버스가 무료로 운영된다는 것을) 자리에 앉아 차 창 밖을 보니 항으로 접근하는 큰 배가 보인다. 여객선 승객들이 배에서 내려 버스에 탑승한다. 버스는 기다렸다는 듯 쨉싸게 출발한다. 진도읍으로...
이번 1차 투어에서 확실히 제 역할을 한 아이템이 있다면 그건 바지다. 동절기 트레킹용 바지인데 바람을 잘 막아 춥지 않았고, 또 덥거나 답답지 않아 걷기엔 아주 적합하다. 달 포 전 여동생이 알려준 아웃도어 브랜드 할인행사장에서 구입한 바지다. 가격은 8천 원. 요즘 물가 수준으론 비현실적인 가격이다. 돈을 내고 옷가지 사본게 언젠지 모르겠다. 아마 족히 몇 년은 된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 많으면 의류업체들 다 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기념품 인생이다.
두꺼운 파카를 입고 간 것은 잘못되었다. 일교차가 커 한낮이 되면 벗어야 하는데 그걸 배낭에 구겨 넣기도 힘들다. 두꺼운 옷 하나보다 얇고 가벼운 것 두 개가 훨씬 낮다. 다음 투어 준비 때 참조할 점이다.
이렇게 1차 투어는 끝났다. 출발할 때는 무안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있었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선 윤석렬 체포 불발 소식이 들린다. 쫌팽이 같은 놈이다.
진도군의 행정구역은 1읍 6면으로 구성되며 인구는 2만 8천 여 명이고 총면적은 44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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