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일(수) 창리포구의 무인텔에서 새벽 4시 기상했다. 길로 나가기 위해 천천히 준비한다. 오늘은 비 예보가 있다. 5mm 정도로 양은 많지 않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충분한 봄비가 내려야 한다. 집 앞 벚꽃은 만개했을 텐데 여기는 충청도는 아직 꽃눈이 터지지 않았다. 며칠 후면 여기도 꽃은 만개하리라.
태안군의 행정구역은 2읍 6면으로 나뉘며, 면적은 504㎢이고 인구는 6만 1천여 명이다.
나는 여태껏 안면도를 섬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막연히 태안반도의 꼬리 부분 정도로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 자주 가다 보니 섬이란 생각을 미처 못 했던 게 아닐까. 자료를 찾아보니 안면도는 면적이 113㎢로 우리나라 섬 면적 순으로 6위에 해당한다.(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 남해도, 안면도 순이다.)
비슷한 지리적 오해가 하나 더 있다. 대천을 시市로 생각했는데 '대천'은 시市가 아니라 보령의 한 동洞이다. 대천역이 있고, 대천해수욕장이 유명해 생긴 착시효과다. 걷기는 초등학교(?) 지리 수업이다.
64코스 잔여 거리를 걸어 종점에 도착했다. 6시 20분 경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걷기가 시작된다.
65코스 15.3km 5시간 30분 쉬움(1037.0)
서산방조제를 지나 청포대해변과 달산포해변으로 이어지는 길. 축제로 유명한 네이처월드와 쥐라기공원을 지나 조용한 해변이 펼쳐지는 길.
1년 내내 빛을 밝히는 태안빛축제와 튤립축제, 백합축제가 열리는 '네이처월드' 별주부의 배경마을 '별주부마을' 대중에게 덜 알려진 조용한 해변 '청산포해변' '달산포해변'
오늘은 66코스 종점(연포해변)을 목표로 정했다. 38km,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어제도 40km 넘게 걸었지 않은가. 코스 지도를 살펴 불필요한 구간을 줄일 수 없을까 궁리한다. 그래서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길도 없는 풀숲을 헤쳐 나오기도 했다. 그것도 나름 재미라 생각한다.
청포대 별주부마을은 조선 후기 소설 별주부전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태안 남면의 남쪽에 있는 별주부마을은 독살과 갯벌문화가 살아있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여기엔 원청리 독살이 있는데, 독살은 밀물 때 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그 안에 갇혀 나가지 못하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 어로법으로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길은 청포대 송림지대를 따라 이어진다. 이 해송들은 마을과 농토를 지키기 위한 방풍림이다. 이곳 태안도 해안 송림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 얼마 전 지나온 서천 장흥의 해안 송림이 인근 학교의 학생들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조성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방풍림은 자연적으로 생긴 나무 군락지가 아니다. 여기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지도에서 학교는 찾지 못했지만 분명 근처 학교의 학생들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심은 나무들이 지금 이렇게 훌륭한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과거의 학생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소나무 숲을 선물하는 것이다.
도시에서 자란 우리는 학창 시절 앞 산 소나무 숲에 송충이를 잡으로 다녔을 뿐인데, 물론 그것도 동원이었지만... 종이봉지와 나무젓가락을 들고 소풍 가듯 줄지어 산으로 향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멸종위기 조류. 좌측 상단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새매, 흰꼬리수리, 매, 새호리기. 이 맹금류들의 모습이 너무 멋져 여기에 기록해 둔다.
태안 8경 중 7 경인 몽산포해수욕장은 달산포. 청산포 해수욕장과 연결되어 있어 13km에 달하는 동양 최대 길이의 해수욕장이다.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돼 수심이 얕아 썰물 때는 4km의 조간대가 드러나 갯벌 활동, 조개 채취가 가능하며 육지 쪽으로는 울창한 송림 숲이 둘러싸고 있어 물새 등 조류의 낙원이다.(안내문)
다 왔다. 여기 몽산포해수욕장이 65코스 종점이다. 공사 중 라인으로 둘러싸여 하마터면 입간판을 지나칠 뻔했다.
66코스 22.8km 7시간 쉬움(1,059.9)
작은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와 서해의 갯벌과 염전 등 어촌의 삶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코스.
조선시대 서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석성 '안흥석성' 태안 앞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시대 고선박과 유물을 전시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드라마 오징어게임 촬영지이자 백패킹의 성지인 '마도'
11시 30분경, 몽산포항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어 두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둘러보니 식사할 곳은 횟집뿐이다. 가게 밖에 내 걸린 메뉴에 칼국수가 있어 들어갔다. 칼국수가 12,000원이다. 식사 메뉴는 칼국수뿐이다.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별도리가 없다. 그러나 잠시 후 나온 음식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칼국수 1인분을 냄비에 끓여 내놓았는데 내용물이 화려하다. 조개, 게, 새우, 전복 등이 잔뜩 들어있다.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였다.
하늘이 흐려진다. 이제 곧 비가 올 것 같다. 다시 길로 들어간다.
길을 걷다 마주친 버스정류장 안에 소파가 놓여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네 노인네들을 위해 둔 소파를 지나는 길손이 잠시 빌린다. 덕분에 아주 편한 자세로 쉬어간다. 여기는 몽산리이다.
공사가 중단된 지 오래되어 보이는 출입문에 'The Stay Healing Park'란 문구가 보인다. 신발로 유명한 SODA 관련 그룹의 리조트 조성단지이다. 멀리서 보아도 어떤 문제가 발생하여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저렇게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덩어리가 오래도록 이 일대의 분위기를 암울하게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기예보는 정확했다. 예상된 시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배낭에서 우의를 꺼내 입었다. 걷긴 불편해도 건조한 봄을 충분히 적셔주는 비가 필요한데 그리 많이 올 비는 아니다.
예보는 정확했다.
7회 My Road Tour의 3일 차 걷기가 끝났다. 오늘 하루 약 38km를 걸어 이곳 연포에 도착했다. 방을 잡고 저녁 식사로 치킨 한 마리를 튀겨 방으로 들어왔다. 내일은 두 끼 분 식량을 배낭에 넣어 출발할 것이다. 혼자라고 식당에서 쫓겨날 일이 없으니 맘도 편하다. 내일의 걷기를 계획하다 치워버렸다. 내일은 내일 생각하자. 연포해변이 보이는 객점에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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