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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해파랑길 20-21코스(강구항-축산항)

by 로드워커 2022. 4. 12.

해파랑길 20코스도
영덕 해맞이공원의 청포말등대

 

20220408(금) 집 앞, 1002번 버스 7시 30분 탑승. 시골길에선 현금이 필요하기에 약간의 돈을 인출했다.

해파랑길 걷기는 사실 호사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가 손 꼽히는 세계적 관광 프로그램이듯 해파랑길 걷기가 이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 카톨릭 성직자와 열성 신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하는 성지순례의 길이였지만, 현대는 완전히 관광객을 위한 트레킹 코스로 바뀌었다. 해파랑길 걷기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엄청난 성공과 이를 도입한 제주 올레길 그리고 방방곡곡의 걷기길 개발로 시작된 트레킹 관광이다. 그래서 이를 고행길이라 할 수 없다. 생업의 현장에서 고생하는 모든 분들께 약간의 미안함을 가지고 강구항으로 출발한다. 몰래 혼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어쩌겠는가? 하루 쉬었는데 맘이 발동해 집을 나서고 있다. 가야지!

 

해파랑길 영덕 구간 코스도

 

10시 50분 강구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김밥 2줄 챙겨 넣고 11시 출발한다.

기온 14도, 습도 55%, 바람 4m/s. 무난한 날씨이나 오후엔 더울 것이다.

20코스의 시작, 강구항 대게거리를 통과하여 곧 바로 산으로 오른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20코스는 줄곳 산길이다. 고지 235m 의 고불봉이 정점이고 이후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동해바다와 만나는 영덕 해맞이 공원이 종점이다.

 

강구항 대게거리
고불봉 가는 산길

 

산길을 걷는 중 얼마되지 않아 의외의 상황을 만났다. 몹시 당황한 기색의 30대 후반 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잠깐 벤치에 쉬는 나에게 "여기 자주 오세요?" 하고 묻는다. 난 처음이라 했더니 자기 핸드폰을 보여주며 말 한다. 애지중지 키우는 자식 같은 애를 잃어버렸다고, 이리저리 찾고 다니는데 없다고 혹시 보면 신고라도 해 달라고 한다. '아이를 잃어버렸나?' 했는데, 핸드폰을 보니 푸른색의 노란 부리를 가진 앵무새 한마리가 있다.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좀 딱해 보인다. 가족이라니 그럴만도 하다. 가다 보게되면 신고하겠다고 꼭 찾길 바란다며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러나 가다가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까치며 이름 모를 산새뿐이다.

 

고불봉 정상

 

오늘은 완전한 산길 걷기다.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라 힘들 때도 많지만, 그 동안 바다만 보며 걸어서인지 산속을 걷는 것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고불봉과 해안 사이의 산간 지역에 수 많은 풍력발전기가 보이는데 이곳이 영덕풍력발전단지이다. 코스를 따라 걸으며 멀리서 볼 땐 꽤 멋있던 산속의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기들이 바로 아래를 지날 때는 엄청난 공포감을 준다. 하늘로 치솟은 쇳덩어리의 크기에 놀라고 바람 소리와 뒤섞인 날개가 돌아가는 기계음 소리는 괴괴하기만 하다. 하여튼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뿐이다. 인간은 전기 없이 살 수 없고, 전기로 안락함을 누리지만 전기의 생산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게 실감이 난다. 화력,풍력,태양열,원자력 등 다 그렇지 아니한가?

 

산길을 따라 동해로 내려간다
영덕풍력발전단지

 

이제 마음이 조금 조급해진다. 동해 해변의 청포말 등대가 있는 영덕해맞이공원에 도착했지만 여기는 마을도 없고 그냥 도로와 바다가 전부이다. 21코스는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 총 12.9km이다. 중간엔 작은 해안마을이 몇 군데 있으나 쉴만한 곳이라 할 순 없다. 날도 벌써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오늘의 목적지 축산항까지는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코스에 표시된 해안마을에 들르지 않고 곧장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부지런히 걷는 수 밖에 없다. 깜깜해진 7시 30분 경에 드디어 축산항에 도착했다. 축산항 명소인 죽도산은 내일 둘러보기로 하고, 숙소를 정하고 근처 해장국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방에 돌아와 창문을 여니 상쾌한 밤공기가 항구에 가득하고, 부둣가 가로등의 졸린 듯한 불빛이 밤바다에 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해파랑길 21코스도

 

영덕군은 741㎢의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1읍 8면(창수, 병곡, 영해, 축산, 지품, 달산, 강구, 남정)의 행정구역으로 나뉜다. 2023년 현재 인구는 3만 4천 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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