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5(금) 해파랑길 29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이다. 아침에 눈을 떠 밖을 보니 여관 앞 도로가 장터인 모양이다. 장사 준비하는 장꾼들의 손길이 바쁘다. 여관을 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하고 커피를 한잔 마신다. 배낭을 메고 출발이다.
기온 7도, 습도 91%, 바람 1m/s. 약간 쌀쌀해도 걷기엔 좋은 날씨다. 어제 분위기는 잊고 오늘은 즐겁게 부지런히 걸어봐야지. 31코스까지는 충분하다.
어제의 암울한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다. 천국문을 향해 걸어가는 기분이다. 길가의 나무들은 아침부터 새싹을 밀어내고 멀리 산들은 모두 푸르다. 이제 화마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아! 아침의 햇빛은 얼마나 찬란한가.
해파랑길 29코스는 삼척동해구간 중 삼척 원덕읍과 근덕면을 잇는 길로서 둑길과 산길, 고갯길을 지나며 황희정승 명승지와 휴양림을 거치는 구간이다. 또 임원 지역의 명산으로 유명한 해발 680m의 검봉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검봉산 옆 산길을 돌아 고개를 넘고 바다 쪽에 다다르면 용화해수욕장이 나오는데, 그곳이 30코스 시작점인 용화레일바이크 타는 곳이다.
걷는 중 언덕위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동해를 보자 갑자기 ‘고래사냥’이 생각난다. 여태 많은 날을 동해를 바라보며 걸어왔는데 오늘 아침에서야 이 노래가 생각나다니 신기하다. 우리 세대의 청춘의 표상 같은 노래 아니었던가. 걸으며 큰 소리로 한번 불러본다. 좋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바도 가슴에는 하나같이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춤을 추는 고래 잡으러---’
검봉산 자연휴양림 앞에서 골짜기를 따라 바다 쪽으로 향하다 어제 먹다 남겨둔 치킨과 캔맥주 하나로 오전 참을 먹으려 시냇가에 자리를 잡았다. 흐르는 물이 말할 수 없이 맑고 깨끗하다. 이런 장면은 꼭 남겨야 한다. 그래서 한 cut.
11시 30분 경 예쁜 장호초등학교 앞 해파랑길 안내판이 있는 30코스 시작점에 도착, 스탬프를 수첩에 찍었다. 아직 점심은 이르다. 또 속이 불편할까 걱정도 된다. 그냥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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