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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길 위에서

by 로드워커 2022. 4. 13.

‘길 위에서’는 잭 케루악의 소설 제목이 아니라 나의 해파랑길 걷기 중간 점검 보고서이다.

 

나는 3월 16일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하여 4월 11일 울진 부구삼거리에 도착했다. 총 27개 코스 436km를 17일 동안 걸었다. 이제 며칠이 더 걸릴 진 모르지만 23개 코스 313km를 남겨 놓고 있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더 갈 수 없는 아쉬움이야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

 

이번 걷기는 계획하고 준비하여 시작된 일이 아니다. 우연히 TV에서 해파랑길을 걷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과 무료함이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아르바이트 비슷한 일을 잠깐하다 그만둔 직후라 ‘뭘 할까’라는 생각 중이었기에 '한번 걸어볼까?'하는 맘으로 해파랑길에 들어선 것이다. 보통 길은 뒤돌아 나오는 경우보다는 좀 더 가면 되겠지 하고 앞으로 가게 만드는 묘한 기운이 있는 것 같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 오륙도 관광안내소에 도착한 내 발길은 이기대공원 해안절벽 길로 이어졌고 결국 지금 울진의 끝에 와 있다. '걷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본질적 축복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걷자!

 

여태 걸어온 길에서 누구나 알만한, 귀에 익은 지명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생소한 지명도 있지만 중요 포스트라 기록해 둔다.)

 

(부산)오륙도 - 광안리 - 해운대 - 송정 - 대변항 - 일광 - 임랑 - (울산)간절곶 - 진하 - 울산대공원 - 태화강 - 염포산 - 방어진 - 대왕암 - 주전몽돌 - 정자항 - (경주)나아해변 - 문무대왕릉 - 감포항 - (포항)양포항 - 구룡포항 - 호미곶 - 도구해변 - 송도해변 - 영일대해변 - 칠포해변 - 월포해변 - 화진해변 - (영덕)장사해변 - 강구항 - 영덕해맞이공원 - 축산항 - 고래불해변 - (울진)후포항 - 기성망상해변 - 울진읍내 - 죽변항 - 부구삼거리

 

호사놀음에 지나지 않는 나의 걷기 여행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친구와 여러 지인들에게 감사하단 인사를 해야겠다. 친구가 준 배낭과 옷가지, 곧 넝마 수준의 처지가 될 운동화, 사진을 담당한 핸드폰, 메모지와 볼펜 이런 모든 것이 내 걷기의 동반자이다.

해파랑길 누리집 첫 화면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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