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46코스는 장사항에서 출발해 청간정과 천학정, 능파대를 거쳐 삼포해변에 이르는 15km의 구간이다. 해파랑길 마지막 지자체 고성군에 들어서는 것이다.
속초 고속터미널 옆 여관,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온다. 꽤 많이 오는 비다. 하루 종일 올 거라 한다. 비가 오면 제일 불편한 것이 신발이다. 배낭은 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입고 모자를 쓰면 대충 빗속 걷기의 준비가 되는데 신발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길로 나서면 곧 바로 물범벅이다. 뭐 어쩔 수 없다.
다시 택시를 타고 장사항으로 향한다. 택시 안에서 생각은 영랑호에 있다. 어제의 46코스에서 잘라 먹은 구간이다. 7km가 조금 넘으니 무시 못할 거리이다. 게다가 '영랑호'이지 않은가? 하지만 비가 머리 속을 어지럽힌다. '이유없어, 그곳을 돌아야해' '아니야 이렇게 비가 세찬데 무리할 필요있어?' 결국 후자를 택한다. 간사함이 발동한거다. 해파랑길 완주의 흠집이다.
속초 장사항에 도착하여 우의를 챙겨입고 편의점서 산 작은 우산도 펴고 고성으로 출발한다.
4월 29일(금) 오전 7시 40분.
기온 7도, 습도 95%, 바람 2m/s. 예보와 달리 바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세졌다.
초반엔 도로를 따라 걷는다. 해안 길은 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 봉포해변에서 해안 코스로 다시 진입했다. 관동8경 중 하나인 천간정을 지나 아야진항에 도착한다. 비는 조금 잦은 듯하다. '아야진'이란 마을 이름이 예쁘다. 남해안과 달리 해파랑길을 걸으며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보기가 어려웠고 있다해도 겨우 한 두명 정도 였는데, 여기 아야진 갯바위에 수 십명의 낚시꾼들이 모여 있다. 사람들에게 믈어보니 '새치'를 잡고 있다 한다. 새치는 임연수의 방언이라 한다. 구워 놓으면 맛있는 새치가 많이 잡힌다. 한 아주머니가 즉석에서 손질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구경을 했다.
11시 30분 경 백도해변을 지나 마을 끝 편의점(영업은 중단된) 앞 테이블에 앉아 잠깐 휴식하며 아침에 사온 김밥을 꺼내 점심 식사를 한다. 다음 구간이 자작해변인데 출발하자마자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친다. 준태풍급이다. 몸을 가누기 쉽지 않을 정도이다. 우산을 허리께에 붙이고 열심히 전진한다. 두 대의 자전거가 비바람을 가르며 다가온다. "수고하세요"라고 젊은 라이더가 내게 인사를 던진다. 획 하고 지나가는 자전거에 "네"라고 겨우 답을 했다. 얼마 후 46코스 종점인 삼포해변에 도착.
부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춘섭,동식,용섭 이렇게 셋이서 토요일 오전 11시 쯤 출발 예정이다. 일요일 마지막 50구간을 동행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곤 승용차로 친구들과 함께 부산으로 귀가한다.
해파랑길 47코스는 삼포해변에서 출발해 송지호 철새 관망타워와 왕곡 한옥마을을 지나 가진하에 이르는 9.7km의 코스이다.
오후가 되니 비바람이 좀 잦아 들었다. 약간의 부슬비 정도로 걷기가 많이 편해졌다. 송지호를 지나 왕곡마을을 둘러보고 가진항으로 향하던 중 고성군 읍내로 방향을 바꾼다. 오늘은 고성읍내에서 하룻밤을 묵을 계획이다. 가진항은 작은 항이므로 숙소로 정하기엔 어려울 것 같아서 이다. 결국 직선 코스를 한참 우회하는 셈이다.
'해파랑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파랑길 770km 마침(50코스) (0) | 2022.05.05 |
---|---|
거진항과 화진포(해파랑길48,49코스) (0) | 2022.05.05 |
자본의 침략,속초(해파랑길45코스) (0) | 2022.05.04 |
하조대서 설악해맞이 공원(해파랑길 43,44코스) (1) | 2022.05.04 |
주문진에서 하조대까지(해파랑길41,42코스) (0) | 2022.05.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