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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서해랑길 26코스(T3-Day4)태평염전에 오다.

by 로드워커 2025. 2. 20.

26코스 14.6km 5시간 난이도 '쉬움'(421.9)

지도에서 솔섬과 사옥도를 잇는 다리를 건너 세 섬을 지나며 조용한 마을길과 갯벌과 해변을 바라보며 걷는 코스이다. 수산시장과 신안군 수협어판장이 있는 '송도항'과 신안의 대표상품인 소금과 젓갈류를 구입할 수 있는 '신안젓갈타운'이 있다.

송도항 일번지 모텔

  2025년 2월 15일(토) 아침 5시 30분, 기상. 기상예보는 오전 중 비 오락가락이라 한다. 오늘 어디서 걷기를 멈추든 숙소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어제 방 값을 미리 치러두었다. 증도면(27코스 종점)까지 걷고, 거기서 군내버스를 타고 이곳 송도항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 오늘의 계획이다. 배낭에서 걷는 중에 필요 없는 물건을 꺼냈다. 너희들은 오늘 하루만 동행을 불허한다. 조금이라도 배낭의 무게가 가벼워지면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여행자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배낭을 챙기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출발 전 숙소 앞 인증샷
지도대교를 넘어 사옥도로 들어간다

  지도대교를 건너 사옥도에 들어서니 신안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걸어가는 길 왼편은 바다로 갯벌 너머 굴양식장이 있고, 오른편은 준비가 한창인 듯 보이는 새우양식장이 있다.

탄동염전이 보인다
내도마을 초입
랩을 안 쒸운 건초가 노상에 있다. 금방 썩어 버릴 것 같은데
소금 가공 창고
2009년에 준공된 탄동저수지
증도대교

  증도대교 입구의 안내문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신안군의 1004개 섬, 1734km의 리아스식 해안선과 378㎢의 청정 갯벌에...... 섬 섬 섬은 인류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해양생태의 보고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입니다.>
 
  천사 섬, 1004 섬 신안...  '1004'란 숫자를 보면 생각나는 게 있다. MBC문화센터이다. 나는 서초동 진로유통에서 인생의 첫 직장을 시작했다. 당시 진로는 30대 그룹에 속하는 잘 나가는 회사였다. 그러나 진로유통은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진로문화센터에서 근무를 했고, 당시 문화센터는 회사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부문 중 하나였다. 서초동이란 입지가 문화센터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문화센터 책임을 맡고 있을 때 MBC가 눈독을 들이고 접근해 왔다. 그때 MBC 측 책임자는 이름까진 기억나지 않지만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의 PD 출신이었다.  협상을 추진하던 중 그들은 유독 전화번호에 집착했다. 1004번이다. MBC문화센터 전화 5♡♡-1004.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 전화번호는 마케팅의 중요 요소였다.
 
 1997년, IMF가 닥쳤고 진로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절, 10년 간의 청년시절이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고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의미도 없는 시간이란 없는 것 같다. 길 바닥에 굴러 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그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다.   

증도대교 건너 관광안내소. 문은 닫혀 있다. 봄이 되면 오픈할까?
무화과 나무
태평염전 진입도로 입구
길 26, 태평염전 가는 길

  염생식물(鹽生植物,halophyte)은 바닷가등의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세포 속에 염분이 많이 들어 있으며 물을 잘 흡수한다. 특히 일반적인 식물보다 수분을 흡수하는 뿌리 세포 표피는 염분을 필터링하는 기능이 강화되어 있다.퉁퉁마디, 갯질경이 등이 있다. 염수성 식물로도 불린다.(사진;뉴스 1, 글;위키백과)  위 사진은 인터넷에서 구한 것이다. 현재는 누런 갈대색이다. 가을이 되어야 위 사진과 같이 울긋불긋한 색깔을 낸다고 한다.

염전 입구 부근이다
소금밭 입구라 할까
태평염전은 3개 공구로 구분된다. 사진 오른쪽이 1공구이고 왼편이 2공구 그리고 보이지 않은 더 왼편에 3공구가 있다. 두 개의 섬 사이를 염전으로 만든 것이 바로 태평염전이다.

  태평염전은 1953년 6·25 전쟁 후 피난민들을 정착시키고 소금 생산을 늘리기 위하여 조성한 염전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11월에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원래 증도는 전증도와 후증도로 나뉘어 바닷물이 빠지면 징검다리로 건너 다녔는데, 두 섬 사이를 둑으로 연결하여 형성된 간척지에 이 염전을 조성하였다.

26코스 종점에 도착하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겨울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신안의 유명 관광지가 맞다. '염전' 도시인들의 관심을 끌만한  아이템이다. 소금박물관, 소금창고, 소금판매장, 소금아이스크림 매점, 소금향카페 등 주변 시설도 잘 되어있는 것 같다.

 

  흐린 날씨 탓인지, 부실한 아침 식사 때문인지 몰라도 카페 앞에 놓인 '해초비빔밥 11,000원'이란 작은 안내판에 눈길이 끌렸다. 걷기 여행 중 무수히 많은 카페를 만나지만 들어가 본 적은 많지 않다. 해초비빔밥을 주문하려고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머신 앞 카운트 종업원이 그 메뉴는 주방장이 없어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쉽지만 꿩 대신 닭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빵 선반에서 베이글 하나를 담았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갯벌을 쳐다보면서 품위 있는(?) 점심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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