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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서해랑길 23코스(T3-Day2)운남면에서 봉오제까지

by 로드워커 2025. 2. 18.

23코스 19.5km 6시간 30분 난이도 '쉬움'(37.01)

들길과 해안길을 이어 걷는 길로 신선한 어류와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코스. 송현리 끝에 위치하여 백사장이 넓고 어류가 풍부한 '조금나루해변'이 있다.

2025년 2월 13일(목) 운남면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 23코스로 출발한다. 11시 50분이다.

둔전마을 부근

  창고이거나 농산물 가공 시설 같이 보이는 건물이 언덕 위에 서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잠깐 딴 생각을 하니,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어떤 장면이 언뜻 떠오른다. 시골마을에서 작전 수행 중인 연합군이 왠지 독일군 패잔병들이 숨어 있을 거 같은 낌새를 느끼고 건물을 향해 접근한다. 그리곤 잠시 후 푸른 하늘 아래 총성이 울린다. 심심함이 부르는 상상이다. 아직은 다리가 아프진 않다는 증거다.

둔전마을 지나 제방길로...
길23

  들판에, 갯가에, 마을 입구에 그리고 길에도 사람이 한 둘 씩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2차 투어 때는 코스를 걷는 중 사람 보기가 힘들었다. 이제 봄이 바짝 다가왔음을 느낀다. 어제는 정월대보름이었다. 농사가 시작되는 절기이다. 비가 왔을 텐데 집 앞 회야강변의 달집은 잘 타올랐을지 모르겠다. 동네 주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소박한 소원이 타오르는 달집과 함께 하늘로 잘 전달되었기를 기원한다.

집 앞 회야강변, 달집을 만들고 있다

  달집태우기는 정월 대보름 이 떠오를 때 나무나 짚으로 만든 달집에 불을 질러 주위를 밝히는 놀이이다. 액을 쫓고 복을 부르려고 한다. 달집을 태우면서 절을 하면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고, 여름철 무더위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달집이 활활 잘 타오르면 그해에 풍년이 들고 잘 타지 않거나 꺼져 버리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달집에는 대나무를 넣어 탈 때 나는 소리가 잡귀를 내쫓는다고 한다. 달집 태우기를 할 때엔 달집을 태우기 전에 풍악대와 사람들이 달짚 주위를 맴돌고, 달이 뜨면 횃불에 불을 붙여 달집을 타오르게 한다.(위키백과)

두곡마을
둠벙

  여태 길을 지나며 잘 볼 수 없었던 둠벙이 이 부근에는 유난히 많다. 지나는 주민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지하수 관정을 뚫어도 물이 충분하지 않아 추가로 둠벙에 물을 가두어 밭에 사용한다고 한다.   

송현보건소
조금나루 가는길
송현교회

  송현마을을 통과하여 해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찻잔을 손에 들고 대문 밖을 나서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인사를 건넸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라고 한마디 더 건넸는데, 길을 다니며 종종 듣던 소리가 또 들려온다. 아주머니 왈, "어찌 혼자 가시오", "동무해서 다녀야제". 나의 걷기 여행에 동반자가 있다면 어떨까?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 걷기 여행을 하는 경우, 동반자와 함께 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걷기 여행자를 모집하여 단체로 걷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비용을 내고 하는 단체 관광 같은 것이다. 버스를 대절하여 정해진 지점에 도착하여 일정 거리를 걷고 맛집을 찾아 밥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도시로 돌아간다. 물론 나는 이런 방식은 돈을 준다고 해도 참여하지 않는다.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라면, 몇 날 며칠을 같이 걷기만 해도 불편하지 않을 친구와 함께라면 분명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러자면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친구들 중엔 나 같은 백수가 없다. 한번에 5~6일 내내 걷기만 해야 하는 일정을 소화할 친구가 아직은 없다. 그리고 나중에 친구들이 그럴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땐 우리의 다리가 너무 쇠약해 버린 후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조금나루에서 본 송현마을

  조금나루에 도착하여 제방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휴식했다.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휴식 후 출발을 하려면 다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처음엔 보폭을 좁혀 엉거주춤 천천히 발을 디뎌야 한다. 어느 정도 걷고 난 후에야 정상 걸음으로 돌아온다. 몸에 무리가 가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 걷는 거리는 31.4km이다. 내일과 모레는 더 긴 거리를 걸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발에 물집이 생기지 않을까 또는 다른 부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슬슬 걱정이 된다.

조금나루

  조금나루는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조금'에도 나룻배를 타고 약 2km 이상 떨어진 섬 '탄도'로 건너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엔 해안에 길게 뻗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는데, 지금은 방파제 공사로 백사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해수욕장 폐장이란 오래된 팻말이 이를 말해준다. 이곳 조금나루는 옛날엔 주위의 작은 섬에 사는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함평장과 망운장에 가기 위해 모였던 곳이라 한다.

탄도-조금나루-낙지공원
낙지공원
해안을 따라 난 도로를 따라 종점인 봉오제로 향한다
오늘의 종점이 눈 앞에 나타나다

  저 멀리 오늘의 종점 봉오제가 시야에 들어온다. 배낭 무게도 줄일 겸 길 옆 정자에 앉아 캔커피를 꺼내어 마신다. 그때 제방길을 달려오는 한 러너가 시야에 들어온다. 서해랑길을 걷는 중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본 것은 아마 오늘이 처음인 듯하다. 반갑기도 한 마음에 파이팅이라 외쳐준다. 러너는 달리면서 의외인 듯 나를 쳐다보았고 조금 시차를 두고 '파이팅'하고 응답한다. 아는 사람인가 해서 확인하느라 응답이 늦었다고 미소를 지으며 러너는 내 앞을 달려 지나갔다. 달리는 폼은 조금 엉성하지만 몸매는 마라토너가 분명하다. 아마 서브 4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서울에서 열리는 봄 대회를 위해 훈련 중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리하지 않고 부상 없이 오래도록 마라톤을 즐기기를 빌어 준다.

봉오제 삼거리
23코스 종점 봉오제에 도착

 5시를 조금 넘겨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는 봉오제 버스정류이다. 정류장 시간표를 보니 10분 내로 버스가 올 것 같다. 나를 태워갈 버스를 보는 건 즐겁다. 안전과 휴식의 전령사 같다. "걷느라 고생했소 어서 타시오"라 말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무안읍으로 향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할 수 있는 모텔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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