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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서해랑길 53, 54코스(Tour6-Day2)새창이다리에서 군산항까지

by 로드워커 2025. 3. 22.

53코스 19.6km  6시간 '보통' (859.1)

  53코스는 보존가치가 높은 다양한 습지 식생환경으로 야생 동식물의 중요한 서식처인 군산호수를 지나는 길이다. 과거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자연생태계가 온전히 보전되어 있는 '군산호수'가 있다.

김제 시내
21번 버스를 타고 청하면으로

  2025년 3월 18일(화) 여기는 김제, 오전 6시 모텔을 나왔다. 영상 2도 체감온도는 -1 º이다. 아직은 깜깜한 시내 거리에 눈이 흩뿌린다. 불 켜진 인력사무실 앞으로 하루의 일감을 얻으려 걸어서 또 누구는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버스터미널 앞 정류장을 향해 걷는다. 흐려져 비 또는 눈이란 예보지만 기분은 괜찮다. 농어촌버스를 타고 청하면으로 이동한다. 그곳이 53코스 출발점이 있는 새창이다리 앞이다. 시내를 통과하자 들판이 나타난다. 눈이 휘몰아친다. 뉴스는 강원도의 폭설을 보도하고 있다. 봄의 시작, 꽃샘추위는 눈과 바람을 몰고 와 마지막 잔치를 벌이고 있다.

만경강

   만경강(萬頃江)은 호남평야의 북부를 곡류하여 군산시와 김제시 사이에서 황해로 유입되는 강이다. 발원지는 완주군 원등산 인근이며, 길이는 80.86km이다. 황해에 유입되는 지점에서는 새만금 간척 사업이 진행 중이다. 

청하면, 버스는 나를 내려놓고 떠났다
새창이다리

  새창이다리는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3년 昭和 8년 공사비 25만 원으로 준공되었다. 김제평야의 쌀을, 새로 만들어진 신작로新作路를 거쳐서 군산을 통해 일본으로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리다. 세월이 흘러 다리가 노후되고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1989년 바로 옆에 만경대교를 만들게 되어 지금은 차량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한때 다리 위에서 망둥어와 숭어 낚시로 강태공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실뱀장어 잡이로 주민들이 큰 소득을 올리기도 했으나 새만금공사로 해수유통이 막히면서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안내판에서...)  왠지 다리를 보는 순간 무한한 정감이 생겼다. 차가 다니지 않는 옛 다리라 그랬을까 아니면 흐린 아침의 분위기 때문인가? 안내판 글을 읽으니 다리와 함께 살아온 옛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가슴에 와닿는다.

 '새창이'라는 이름은 '새로 지은 창고'라는 뜻의 신창新倉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만경강의 푸른 물결은 아픈 역사를 안고 여전히 흐르고 있다.

  새창이다리를 건너 53코스 출발점에 섰다. 여기서부터는 군산이다. 김제는 서해랑길의 두 코스를 갖고 있다. 동진강석천휴게소에서 심포항까지의 51코스, 심포항에서 새창이다리까지의 52코스다. 그 두 코스를 온전히 생략해 버렸다. 미안하다, 김제. 강화도에 도착하면 버려진 김제의 두 코스를 회상하마. 시간이 많이 남으면 그때 걸을 걸 그랬나 후회할지도 모른다. 오늘은 군산항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새창이다리에서 여기(회현면으로 진입)까지는 7.1km의 거리다. 길은 만경강 둑 아래로 난 강변길이다. 강을 따라 일직선으로 끝 없이 뻗은 길 옆엔 갈대가 덮혀있고 아카시아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5월이 되면 아카시아 꽃 향기가 도보여행자들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옥성마을

  드디어 만난 마을, 회현면의 옥성마을이다. 뚝방 아래 강변길을 걸을 땐 바람을 막아주는 제방이 있어 걷기가 수월했지만, 제방 위 도로로 나오니 휘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걷기가 힘들다. 이 바람은 군산 시내에 들어서기 전까지 무던히도 나를 괴롭혔다.

회현면 소재지
죽동마을의 사오갯샘

  군산호수 진입 직전에 만난 죽동마을의 우물가. 옛날엔 마을마다 우물이 있었던 생각이 떠 올라 사진을 찍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도 물이 있다. 여기 안내판이 있다. 청암산 자락 저수지를 끼고 있어 지하수위가 낮아 마을마다 공동으로 이용하는 샘이 많았다고 한다.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아 옥구 군에서는 소문난 샘이었다고 한다. 해방 직후 콜레라가 발병하여 인근 마을 사람들 7할이 병에 걸려 죽었으나 죽동마을 사람들은 한 사람도 콜레라에 해를 입지 않았다고, 그것은 오직 사오갯샘의 효험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적혀있다. 콜레라는 수인성 전염병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죽동마을의 대나무 숲

  청암산과 군산호수는 습지규모가 크고 식물다양성이 우수한 지역이며 산림군락 3개, 습지군락 15개 총 18개의 다양한 식물군락이 분포하고 있다. 주로 마름, 버드나무, 검정말-물수세미, 노랑어리연꽃, 애기부들, 간시연꽃군락 등이 분포하고 있다. 대나무가 정말 많다. 호숫길 옆으론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규모 또한 굉장하다. 바람이 부니, 대나무 숲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썩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지만 자연이 내는 소리니 자연스러운 소리라 해야 할 것이다. 

길 53, 군산호수 길
군산호수
군산호수를 빠져나오다

  군산호수를 빠져나왔다. 이제부터는 군산 시내까지 벌판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바람이, 세찬 바람이 군산 시내 진입을 거부하는 듯하다. 오늘의 최고의 강적은 바람이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앞바람이 불어온다. 이솝 우화에서 바람이 행인의 옷을 벗기지 못하듯 나도 지지 않고 걸음을 내딛는다. 눈앞에 군산 시내 아파트가 보이는데, 저기까지만 가면 나아지리라는 생각으로 한걸음 한걸음 거리를 좁혀간다. 그리고 도착했다. 53코스 종점에.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 해결


54코스 11.0km 4시간 '보통' (870.7)

54코스는 군산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벚꽃과 단풍이 아름답고 정상에선 금강과 서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월명공원' 수산물의 중심 해망동과 시내를 잇던 130m 터널 '해망굴' 대한제국 때 지어진 유럽풍의 '옛군산세관' 군산의 근대문화 및 해양문화를 주제로 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일본 나가사키 지방은행의 군산지점이었던 '군산근대미술관'이 볼거리이다. 

길 53, 은파호수공원 길

  해 질 녘 물결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은파라 불리는 이곳은 조선조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에도 표시되어 있는 역사 깊은 곳이다.
 
  은파관광지는 본래 농업용 저수지였으나 1985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고 순환도로가 완공되어 누구나 자동차를 타고 아흔아홉 구비라는 은파관광지의 주변을 모두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애기바우,중바우,개바우에 대한 설화를 배경으로 형상화한 미관교량 물빛다리와 오색찬란한 음악분수와 함께 빼어난 야경을 연출하여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벚꽃산책로, 인라인스케이트장, 수변무대, 연꽃자생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조성되면서 군산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으며 은파관광지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역자원 콘테스트"에서 전국 100대 관광명소로 선정되었다.

물빛다리
군산 시내 나운 사거리
월명공원으로 진입

  월명공원의 품속에는 1912년에 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제1수원지가 물안개를 뿜어내는 산속의 호수로 변하여 산새와 작은 동물들이 목을 축이는 곳이 되었고 설림산 아래 천년고찰 은적사에서는 고목나무 몇 그루가 지나온 세월을 얘기한다. 월명공원 자락에는 군산수원지가 있고 서쪽 편에는 유서 깊은 은적사가 자리 잡고 있어 공원 주변의 정취를 더해준다. 능선과 골짜기 사이에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공원으로 올라가면 군산 시가지와 금강하굿둑·서해·외항·비행장·장항제련소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군산 내항으로 가는 거리 풍경
소설 탁류와 채만식

  탁류濁流는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채만식의 장편소설이다. 이곳 군산에는 채만식문학관이 있고, 장미공연장은 일제시대 조선미곡창고에서 쌀을 보관했던 곳이다. 탁류의 소재로 활용된 '미두'의 배경이 된다. '미두'는 일종의 쌀을 이용한 투기행위이다. 『탁류』의 배경은 우리 민족의 열악한 삶의 현장인 금강 군산항이다. 처음에는 맑던 강이 차츰 탁한 강으로 바뀌는 것은 우리 민족의 기구한 운명과 일제의 수탈로 인해 비참해진 주인공 '초봉'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시를 살았던 많은 지식인들이 그러하듯 채만식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곱씹어 보아야 한다. 

  뜬다리(부잔교)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의 특징을 살려 물에 뜰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정박시설을 건설한 다음 부두에서 정박시설까지 다리를 만들어 밀물과 썰물 시 상하로 움직이도록 한 선착장이다. 일제가 전라도 곡창 지역에서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송출하기 위해 뜬다리를 만들었다.

진포해양테마공원

  진포해양공원은 최무선 장군이 왜구를 물리친 진포대첩을 기념하여 2008년에 개관한 공원이다. 고려 말 최무선 장군이 함포를 만들어 왜선을 500여 척이나 물리쳤던 해전이 진포대첩이다. 항만을 끼고 있는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지금은 쓰지 않는 군대 장비 13종 16대를 전시해 놓았다.

 

  최무선 장군의 '진포대첩' 승전을 기리고자 하는 이 해양공원에 근현대의 군사장비들을 전시해 놓은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군사장비를 전시하기 위해 최무선 장군을 슬쩍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군산내항
54코스 종점에 도착

  군산 시내를 거쳐 군산내항에 있는 서해랑길 입간판 앞에 도착했다. 김제에서 출발한 오늘의 걷기가 끝났다. 꽃샘추위가 몰고온 세찬 바람이 걷기를 힘들게 했던 하루였다. 손수건은 흐르는 콧물을 닦느라 이젠 축축하다. 초반부는 걸으며 생각하고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은 길이었으나, 후반부 군산 시내를 걷는 길은 무미건조하고 지루했다. 역시 도보여행은 자연 속이라야 제맛이 난다. 항만 앞 도로를 건너면 하룻밤을 보낼 숙박지는 많을 것이다. 저녁식사, 샤워, 곤한 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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