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해랑길

서해랑길 55, 56코스(Tour6-Day3) 금강을 건너 충청도로...

by 로드워커 2025. 3. 23.

55코스 14.9km 5시간 '쉬움' (885.6)

  서해랑길 55코스는 군산 근대역사거리를 걸으며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생생히 만나볼 수 있는 길이다.
일제강점기에 간조 때도 선박을 접안시키려 만든 '뜬다리부두' 최무선 장군의 진포대첩을 기념하는 '진포해양테마공원' 옛 철길을 따라 마을의 흔적이 있는 '경암동철길마을' 군산의 3·1 운동을 기념하는 '구암역사공원' 군산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업적을 기리는 '채만식문학관' 금강하구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교육의 장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이 있다.

군산 장미동 거리의 아침 풍경

  2025년 3월 19일(수) 오전 6시 '장미여관'(장미동에 있는 어떤 모텔) 현관으로 내려왔다. 어제저녁 방을 살 때 간단 조식을 제공한다는 안내문을 보았다. 하지만 조식서비스는 7시부터다. 여주인이 토스트를 구워 준다. 커피와 토스트를 먹으며 군산의 쇠락에 대해, 서해랑길 걷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달걀 2개를 배낭에 넣고 모텔을 나왔다.
 
  거리는 약간 쌀쌀한 정도이지만 어제의 꽃샘추위는 어딘가로 물러났다. 벚나무 꽃눈이 터질 때가 다가오고 있다. 서해랑길 6차 투어 3일째의 걷기는 군산 장미동에서 시작되었다.

금강변에 자리잡은 군산발전소
경암동 철길마을

  경암동 철길마을은 1944년 군산시 경암동에서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2.5km 철로 주변의 마을을 총괄하여 붙인 이름이다. 1944년 일제 강점기 개설된 철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동네를 이루었고,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현재는 기차는 운행하지 않지만, 철길이 그대로 남아 근대 추억을 자극하는 군산의 관광명소이다.

금강 강변 산책로를 따라 갑문교로 향한다

  아침의 금강변 걷기는 즐겁다. 곧 도착할 서천군이 금강 저편에서 햇살을 받아 빛나는 자태를 보이고 있다. 멀리 금강갑문교도 보인다. 강 위에 물새들도 부족함이 없는 평온한 아침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진포대첩기념비

  서천으로 건너가기 전 마지막 지점, 금강시민공원에 진포대첩기념탑이 있다. 진포대첩은 고려 우왕 6년(1380) 대선단을 이끌고 호남지역 곡식을 노략질하기 위해 금강 하구 진포(고려 시대 군산의 지명)에 침입한 왜구들을 최무선 장군이 우리나라 최초로 만든 화포를 이용해 격퇴한 해전(海戰)이다.

강 건너 서천군을 보며...

  금강을 경계로 군산과 서천군이 나뉜다. 금강(錦江)은 장수군 신무산(897m)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호서 지방을 거치며 논산시 강경읍에서부터 충청남도와 전북의 도계를 흐르면서 황해로 흘러들어 가는 392km의 이다. 금강은 한강, 낙동강에 이은 대한민국 3대 강이다.

  군산의 행정 구역은 1읍 10면이며, 면적은 395㎢이고, 인구는 25만 7천여 명이다. 가야 할 길이 정해진 걷기 여행자는 이제 군산을 떠난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가 그렇듯 군산도 쇠락의 기운이 빠르고 깊게 스며들고 있다. 중앙정부, 자치단체, 지역주민 등 모두가 힘을 합쳐 버텨내기를 기원한다.

금강갑문교를 넘으면 서천군이다

  1990년에 준공된 금강갑문교는 길이가 714m의 교량이다. 금강하굿둑의 수위를 조절하는 갑문 상부에 설치되어 있다. 갑문교를 지나면 금강하굿둑이 서천으로 연결된다.

대동여지도와 서천 일대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는 조선의 지리학자 김정호가 1861년에 제작한 한반도의 지도로 보물 제850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는 1850년대 전반기에 「청구도」를 바탕으로 「대동여지도」라는 새로운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러 과정을 거쳐 축적이 16만 분의 1 되는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냈으며, 모두 합쳐 22첩이다. 대동여지도와 관련된 여러 얘기들이 있지만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임은 틀림없다.

서천과 군산의 경계(강의 중심, 산의 능선을 따라 경계는 나뉜다)

  서천군에 들어서자 일렬로 늘어선 반송이 나를 반기는 듯하다. 여기 반송을 보자 홍천 후동리 집 대문 앞에 심은 소나무 생각이 난다. 성필 형이 집에서 가져온 반송을 심은 지 어느 듯 십 년은 흘렀을 것이다. 이 친구보단 키는 조금 작을 듯한데 아마 의연한 모습으로 그 옛집을 지키고 있을 터이다. 서천의 소나무를 보자, 그때의 흔적들을 다시 만져 보고픈 마음이 생겨난다.


  서천군(舒川郡)은 충청남도 서남부에 있는 군이다. 북쪽으로는 보령, 남쪽으로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군산, 익산과 접해 있다. 서천의 인구는 5만 명이고 면적은 366㎢ , 행정구역은 2읍 11면이다.

라온제나 음식문화 특화거리

  서천군으로 진입하여 길은 금강변을 따라 장항읍 쪽으로 이어진다. 강변도로를 얼마 걷지 않았을 때 '라온제나 음식문화특화거리'란 조형물이 도로변에 서 있고 강변을 따라 음식점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약 1km를 넘는 길이의 거리다. 족히 이십여 채 이상의 건물들은 규모로 보아 식당, 카페, 숙박용 객실이 있는 복합 건물인 듯하다.
 
  문제는 이들 모두 영업이 중단되어 버려진 건물이란 것이다. 군에서 음식문화특화거리 지정 등으로 활성화를 꾀했지만, 여러 이유로  거리 자체가 통째로 황폐화되고 말았다. 서울 인근 하남의 미사리 같은 콘셉트로 시작한 특화거리가 어느 순간 상권이 무너지고 업주들은 버티지 못해 이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이런 곳이 어디 여기뿐이겠는가? 다음 순서는 미사리가 될지도 모른다.

장항읍 거리
쭈꾸미 잡는 소라 통발, 봄 쭈꾸미의 계절이 왔다
55코스 종점에 도착, 장항도선장 앞
장항의 중국집에서 아침 겸 점심, 짬뽕


56코스 14.2km 5시간 '쉬움' (899.8)

서해안을 따라 걷는 길로 장항항과 산림욕장을 지나는 길로 금강하구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서천의 장항항에서 풍부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코스이다. 
짜릿함과 서해바다의 경관을 감살할 수 있는 노을명소 '장항스카이워크' 해양생물 자원의 연구와 전시를 목적으로 건립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있다.

장항화물역 폐 철로의 선로전환기
장항제련소 일대의 거대 공장과 장항송림

  전망산(56m)과 구 장항제련소. 장항제련소는 서천 장항읍에 위치한 종합비철금속제련소이다. 국내의 금과 은, 동 등 비철금속 수탈을 목적으로 일제에 의해 1936년 '조선제련주식회사'로 세워졌다. 당시 남한 유일의 비철금속제련소였다. 1989년 6월 LG에 인수되어 럭키금속 장항공장이 되었고, 용광로공정을 폐쇄하고 전기동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전환했다. 2010년 LS메탈 장항공장으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른다. 제련생산공정은 1989년 폐쇄되었지만 50여 년간 분진 및 중금속이 쌓이면서 주변 지역의 환경오염이 심각해 오늘날까지 관련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시인 나태주의 "막동리를 향하여"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  
  장항제련소 굴뚝의 연기가
  하늘에 나래 편
  커단 새같이만 보였었지
  ........
 
  장항제련소의 굴뚝은 무려 70여 년 동안 오염물질을 쉬지 않고 배출했다. 그 결과, 제련소 주변 지역은 심각한 환경오염에 시달리게 되었고, 주민들은 알 수 없는 질병과 암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서천 송림마을 솔바람 숲

  서천 송림마을 솔바람 숲은 바닷가 모래날림과 바람으로부터 학교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1954년 장항농고 학생들(제5회, 6회)이 2년생 묘목을 식재하여 조성된 숲이다. 70년이 된 곰솔(해송)과 그 아래 맥문동 등 초화류가 서해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생태공간을 이루고 있는 명소로 2019년에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안내문)
 
  '장항농고'를 검색해 보니, 1940년 <장항공립농업전수학교>로 개교하였다. 2024년 현재 학생수는 110명, 교직원은 36명이다. 대단한 숲을 만든 그 시절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옥남마을로 가는 해안 데크 길
봄 농사를 위한 거름, 퇴비 준비가 한창이다. 옥남마을
마늘이 실하게 크고 있다

  백사마을을 지나 코스를 이탈했다. 마을을 지나 길을 넓혀 놓았는데 표식을 찾지 못해 해안으로 내려섰다. 갯벌과 갯바위 그리고 절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살펴보니 썰물 때라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올라가 길을 찾느니 계속 직진하기로 했다. 저 앞 야산이 끝나는 지점을 돌아가면 마을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지날 수 없는 절벽이 있으면 낭패지만 안되면 돌아오지라는 심정으로 직진한다. 부산 다대포에 친구들과 갯바위 낚시를 가면 여기보다 더 험한 길을 걸어 낚시포인트에 도착하곤 했다. 밧줄을 타고 절벽을 내려와 자갈해변과 갯바위 지대를 걸어가야 한다. 뭐 거기보다는 수월하고 한편 재밌기도 하다. 꽤 먼 거리를 걸어 무사히 마을에 도착했다.

하소마을
앞에 보이는 섬은 아목섬이다. 경운기를 몰고 어민들이 갯벌 작업을 위해 들어간다
56코스 종점 송석리 도착

  56코스 종점에 도착했다. 아직은 조금 더 가야 한다. 오늘은 서천읍내로 가서 숙박을 할 예정이다. 여기서 약 3km를 더 걸으면 한성리에서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갈 수 있다. 

송석리 선착장
한성리로 가는 길, 가로수는 배롱나무다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꽃송이 안에 작은 꽃들이 피고 지기를 100일 동안 계속되어, 목백일홍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름 내내 붉고 아름다운 꽃을 보여준다. 나무줄기의 껍질이 마치 없는 듯,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매끄러운 줄기와 가지가 눈에 띈다.

  오늘 계획했던 지점에 도착했다. 한성리 해창 버스정류장 앞이다. 정류소 안의 시간표를 보고 운수회사에 전화를 했다. 1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읍내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잠깐 고민하다, 읍내 콜택시로 전화를 했다. 택시요금은 만 삼천 원 정도가 나왔다. 기사는 모텔 앞에 나를 내려주었다. 3일 차 걷기도 무사히 끝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