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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서해랑길 57, 58코스(Tour6-Day4)무창포까지 간다.

by 로드워커 2025. 3. 24.

57코스 15.9km 5시간 '쉬움' (915.7)

57코스는 해변길을 걸으며 어촌마을과 풍경을 두루 볼 수 있는 길이다. 탁 트인 갯벌과 해변 인근에 편의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는 '비인해변'이 있다.


서천읍의 아침

  2025년 3월 20일(목) 6차 투어 4일 차 아침이다. 5시 30분 기상 후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며 출발준비를 한다. 모텔 앞 버스정류장에서 6시 55분에 한성리 해창으로 가는 29번 버스를 타야 한다. 오늘은 춘장대가 목표 지점이다. 춘장대까진 27km를 조금 넘는 거리다. 거리가 아쉽긴 하지만 춘장대를 지나면 다음 숙소가 애매하기 때문이다.(걷기를 하던 중 목표지점이 바뀌었다) 모텔을 나오니 바람이 아직은 차다. 어제 걷기가 끝난 지점을 향해 버스는 달린다.

버스는 떠나고 나는 어제 그곳에 다시 섰다
장구마을을 지난다
장구리 농로 벤치(농로에 놓인 벤치를 본 건 서해랑길을 걷던 중 처음이다) 오후 쯤 여길 지나갔다면 분명 저 벤치에서 쉬어갔을 것이다
장구마을을 지나 다사항으로

  걷기에 좋은 날씨다. 영하1도지만 아침 햇살에 공기는 차지 않다. 태양은 넓은 들판을 데우기 시작하고 마을들은 하루의 농사를 준비한다. 개천가 어느 배수장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잠시 쉬어가는 걷기여행자의 눈앞엔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펼쳐져 있다.

다사항과 아늑한 분위기의 다사마을
무엇에 쓰는 어구인지? 주변에 물김배가 많은데 김양식에 쓰이는 것인가
다사항 물김 채취배
농게, 칠게, 노랑부리저어새

  서천갯벌 습지보호지역은 그 면적이 68㎢ 이고, 2018년 지정되었으며 람사르습지로는 2010년에 등록되었다. 서천갯벌은 자연상태의 원시성을 유지하며, 펄과 모래갯벌이 조화롭게 조성되어 다양한 저서생물과 풍부한 수산자원생물이 서식한다. 검은머리물떼새, 황조롱이, 노랑부리저어새 등의 서식처이며, 사각게, 풀게, 무늬발게, 농게, 칠게 등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김, 바지락, 동죽 등은 어민들의 소중한 생계자원이다. 

독살
비인해변 가는 길
지역주민들이 백합을 캐고 있다
선도리 비인해변
선도리 당산바위(당산나무는 흔히 보지만 갯바위는 이색적이다) 생긴 모양이 독특한데 소나무 세 그루는 삼 신 쯤 되려나
뒤에 보이는 섬이 쌍도이다

  '쌍도'엔 전설 하나가 있다. 어떤 홀아비가 쌍둥이를 키웠는데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던 쌍둥이는 죽어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다.
 
  쌍도는 정면에서 보면 하나의 섬으로 보인다. 멀리 떨어진 좌우측에서 보아야 두 개의 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선도리 주민들이 갯벌체험을 운영하는 곳이 여기 쌍도 앞 갯벌이다. 썰물 때는 걸어서 갈 수 있다.(아래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옴)

주민 자치회에서 갯벌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성수기엔 큰 인기를 누리는 듯 보인다,

  체험은 나눠준 봉투에 조개(맛조개, 동죽, 대합, 바지락)를 캐서 담아 오는 것이다. 성인기준으로 체험료 8천원, 버스 2천 원, 호미 1천 원, 갈고리 1천 원, 장화 1천5백 원 등 1인당 1만 3천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지역주민들에게 꽤 짭짤한 수익원이 될 것 같다.

도시에서 관광온 사람들에게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
바람에 날려간 안내문

  이곳 선도리 갯벌체험장이 57코스 종점이다. 당연히 안내 입간판을 찾았는데 안내문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렸다. 몇 년 전까지도 아날로그 방식의 스탬프를 체크포인트에 설치해 두었으나 요즘은 모두 코스 시종점의 입간판 QR코드를 앱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완주 확인을 한다. QR코드는 안내문 우측 하단에 있다. 여기를 지나는 서해랑길 도보 여행자들은 흔적을 남기지 못해 허탈해 할 것이다. 서천군 관광과로 전화를 해 안내문 유실을 알리고 조속한 조치를 부탁했다. 담당자라고 전화를 받은 직원의 반응이 조금은 애매모호하다. 잘 모르는 것인가? 아마도 앞으로 여러 번의 민원이 있고 난 후에야 안내문이 다시 붙을 것 같다.    

  오전 11시 20분 경이다. 식사를 하기 위해 체험장 입구에 있는 '서해게딱지'란 식당에 들어와 칼국수를 주문했다. 반찬으로 나온 김치가 3종인데 모두 맛있다. 파김치와 특히 깍두기는 맛이 훌륭하다. 역시 칼국수엔 김치 아닌가?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식당 앞 의자에 앉아 코스를 들여다 본다.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오늘의 목적지 춘장대는 뭔가 미진하다. 숙소 때문이라지만 더 갈 순 없을까 궁리하니 '무창포'가 눈에 들어온다. 무창포엔 숙소가 있다. 춘장대에서 한참을 더 가야 하지만 늦더라도 힘들더라도 가보자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느긋했던 마음이 갑자기 조급함으로 바뀐다. 다시 배낭을 집어 들었다. 통달산 우회 구간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부사방조제를 건너 통달산을 크게 우회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58코스 12.5km  4시간 '보통' (927.4)

58코스는 비인해변에서 출발하여 춘장대해변에 이르는 코스로 서해의 해변과 마을을 감상하며 걷는 길이다.
청정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선도리어촌체험마을' 낙조와 일출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마량포구' 한국 최초로 성경이 전해진 곳에 세워진 '성경전래지기념관' 바닷가 언덕 80그루의 동배나무군락지 '마량리동백나무숲' 잔잔한 바다 전망과 바다낚시를 할 수 있는 '홍원항' 잔잔한 수심에 소나무와 아카시아 숲이 백사장과 어우러진 '춘장대해변'이 있다.


월하성어촌마을 입구

  오늘의 종점을 변경했으니 이젠 시간을 절약하는 길 걷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춘장대까지 도로를 걷기로 한다. 서해랑길 코스는 도로와 해변 길이 혼합되어 있다. 해변 쪽 코스에 특이한 곳은 없어 굳이 진입하지 않아도 된다. 한걸음 한걸음 도로를 따라 걸어 나간다.

마량진항은 코스에 들어있지 않다
춘장대 진입 전

  춘장대 春長臺는 서천군 서면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백사장 길이는 2km이며 아카시아숲이 울창하고 해송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경사가 완만하고 파도가 잔잔한 천혜의 조건을 갖춘 해수욕장이다. 서천군이 지정한 ‘청정구역 10선’에 든 곳이다.

춘장대해수욕장
서해랑길 58코스 종점 춘장대 도착


오후 2시, 곧 바로 무창포를 향해 출발했다. 

부사방조제 입구
부사방조제 초입, 서천군
방조제 입구의 둑방 길이 초소와 철조망으로 막혀있다. 보행자에게 다소 위험한 구간이다.

  부사방조제는 서천 춘장대와 보령 무창포 사이에 위치하여, 서해로 흘러드는 웅천천을 막아 건설한 길이 3.5km의 방조제이다. 이 방조제는 간척사업을 통해 농경지를 확장하고, 밀물 시 서해에서 밀려드는 해수로 인한 염해 피해를 막기 위해 건설하였다.  
 
  방조제는 원래의 목적 외 관광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 특히 바다 낚시터로 유명한 곳이 되었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서쪽에는 우럭, 놀래미, 도다리, 광어 등 바다낚시를 하고 방조제 안쪽 담수호에는 민물낚시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많다. 부사지구 담수호는 오염문제가 자주 제기되고 있다.
 
  방조제 입구의 노점금지 경고문을 보고 이렇듯 한적한 곳에 무슨 노점상일까 의아했으나, 아직 관광철이 아니어서 그렇지 철이 되면 낚시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많은 노점이 들어서는 모양이다.   

  부사방조제 중간 지점에서 서천과 작별한다. 여기서부터 보령시이다.

보령시의 행정구역은 1읍 10면 5동으로 나뉜다. 면적은 569㎢이며 인구는 9만 5천 명이다.

  텅 빈 광활한 들판을 걸을 때, 바다가 펼쳐진 길고 긴 둑방길을 걸을 때는 주변 경관을 구경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날아 들어온다. 그 생각 중 하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는 '유람'인가 '고행'인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마도 30%의 고행과 70%의 유람으로 혼합된 국토순례길이다. 총체적으론 즐거운 유람의 길이며 약간의 고행적 요소가 이런 걷기 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지 모른다. 

부사방조제 끝(보령)

  부사방조제가 끝났다. 여기서 오늘의 큰 숙제가 풀렸다. '소황사구' 안내 입간판을 보다, 이 사구의 끝이 무창포가 있는 독산해변과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부근에 주민들이 이용하는 휴게실 같은 건물의 문을 열었다. 중앙 테이블에 주민들이 많이 모여 있고 화투판이 벌어지고 있다. 사구를 통과해 독산해변으로 건너갈 수 있는지 물었다. 아직 물이 들지 않아 그리고 중간에 갯골 같은 곳을 통과해야 하는데 아마 갈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뭔가 횡재한 기분이다. 무창포엔 늦지 않게 도착하겠다. 나는 사구로 해안으로 들어섰다.

소황사구 초입의 안내소
이미 몇몇이 여기를 지나갔다
신발을 벗고 물을 건너지 않아도, 둑방 끝에서 우회할 수 있었다.
길 59, 소황사구 길
소황사구 홈페이지 소개 글, 사진

  소황사구 충남 보령시 웅천읍 독산리 해안부터 소황리 해안까지 약 2.5km 해안에 형성된 해안사구이다. 사구란 바람에 의해 모래가 이동하면서 쌓여 생긴 모래언덕을 의미하고, 그 중에서도 소황사구가 속한 해안사구는 자연재해로부터 배후지역을 보호할 뿐 아니라 내륙으로 소금물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 등을 한다.

 

  특히 소황사구는 전체 면적이 거의 훼손되지 않고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사구로 꼽힌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보호대상 해양생물이 살고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표범장지뱀, 삵 등도 서식 중이다. 또 갯그령, 순기비나무, 갯쇠보리, 통보리사초 등 사구 식물도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사구의 중간 지점쯤에서 이곳이 내가 와본 곳이라는 걸 알았다. 십 년 전쯤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렇다 이곳은 직원들과 워크숍을 온 곳이다. 펜션에 방을 얻어놓고 독산해변에서 어둡도록 물에 잠기어 조개를 잡았던 기억도 생생히 되살아났다. 서천 쪽에서 접근하다 보니 전혀 생각지 못한 옛 방문지를 만났다. 독산마을로 들어서니 그때와 달라진 게 없어 반갑기도 하다.    

우리가 숙소로 이용했던 펜션, 그때 그대로이다
독산해변을 지나 무창포로 가는 길
무창포 닭벼슬섬
무창포 해변
신비의 바닷길(사진, 인터넷)

  무창포는 1928년 서해안에서 최초로 개장된 해수욕장이라 한다. 무창포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현상이 생긴다. 매월 사리 때 1~2일간 바닷길이 열려 석대도까지 연결된다. 3-4월엔 주꾸미 도다리 축제가 열리고, 9-10월엔 전어대하축제가 개최된다. 

 무창포해변의 씨 사이드 모텔, 인터넷으로 점찍었던 숙소인 이 모텔은 망해버렸다. 주변의 몇몇 모텔들도 마찬가지 신세다. 그중 영업을 하고 있는 모텔을 숙소로 정하고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방으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하고 휴식을 취했다. 6차 투어 4일 차는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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