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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평화의 길

DMZ 평화의 길 11코스(파주 적성에서 연천 구미리)

by 로드워커 2025. 11. 9.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다. 배낭에 옷가지를 하나 더 챙겨 넣었다. 좌고우면 할 수 없다. 10월 27일 출발이다.

평화의 길 11코스는 장남교에서 출발해 숭의전지까지 걷는 길로 길이가 21.0km 이고 약 6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난이도 '어려움'의 길이다. 임진강의 지류인 사미천과 그 주변으로 펼쳐지는 연천평야를 지나고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조선시대 사당까지 이어지는 역사 탐방코스이다.

 

평화의 길 걷기, 강화에서 시작한 걸음은 파주 적성면에서 멈추어야 했다. 조카의 서울 결혼식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 며칠을 보냈지만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눈에 어른거린다. 파주 적성에서부터의 코스를 살피고 다시 출발을 준비한다.

 

파주에 도착하면 일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첫날 숙박지 결정이 쉽지 않다. 이리저리 살피다 연천 구미리 새둥지 팜스테이를 찾았다. 연천 DMZ 평화의 쉼터(0507-1317-7345), 두루누비 홈페이지 정보를 확인하고 운영자와 통화를 했다. 아마 늦은 시간에 도착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방을 준비해 놓겠다는 답을 듣고 10월 27일(월) 09시 02분 울산-행신 KTX표를 예매했다.

 

서울역을 통과하여 행신역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문산역으로 그리고 버스를 탄 후에 지난번 걷기를 중단한 적성면에 도착했다. 평화의 길 다시 걷기의 시작점이다.

울산역에서 시레기국밥으로 아침식사
파주 적성면으로...(버스-기차-전철-버스)
10271340 적성면 도착

적성면 시장통의 어느 골목, 조그만 김밥집에서 잔치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비상식량으로 김밥 한 줄을 배낭에 챙겼다.

10271424 설마천

장남교를 건너기 위해 개천변을 따라 걷는다. 이곳을 포함한 중부지방엔 올해 첫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날씨는 맑지만 바람이 불어 먼지가 날리고 쌀쌀한 느낌을 주어 조금 황량한 기분을 느낀다.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틀 전에 예약을 하였으니 지금 쯤 다시 확인 전화를 할까하다 그만두었다. 좀 늦는다고 했고 방을 준비해 두겠다는 대답을 들었으니 확정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오판이었다.

 

부지런히 가자. 플래시를 구입하여 배낭에 넣었으니 깜깜해도 걷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이다. 뭐 산속을 걷는 건 아니니...

장남교 입구에서 다시 만난 반가운(?) 평화의길 방향 스티커
장남교에서 바라본 임진강 윤슬

장남교 건너서부터는 연천군이다. 강화-김포-고양-파주 구간이 모두 끝났다. 저 앞 어디서부터 11코스가 시작된다.

11코스 시작 지점
11코스 첫 마을 원당리마을

DMZ 평화의 길은 공개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정비되지 못한 구간들이 여러 곳 있다. 이곳 사미천 구간도 징검다리로 지나는 구간이 물에 잠겨 갈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며 경험치들이 축적되면 불안정한 구간들이 제자리를 잡아 갈 것이다. 원당리 마을 뒤 사미천 부근의 이 표지판의 지시는 반드시 따라야 한다. 무시하고 직진했다간 되돌아오는 고생을 면할 수 없다.

사미천을 건너기 위해 강둑 아래 길로...
사미천교 다리를 건너 사미천을 따라 걷는다

사미천은 북한 장풍군 자라봉에서 발원하여 연천군 백학면 두현리에서 임진강에 합류하는 길이 54km의 하천이다. 

잔디밭 농장
사미천 억새밭

사미천 뚝에 올라서면 좌측 전동리 일대의 너른 들에 펼쳐진 초록의 잔디밭이 보인다. 잔디밭 농장이다. 우리나라 들판의 모습 같지 않다.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우측의 사미천은 이 보다 더한 풍광을 보여준다. 사미천이 품은 새하얀 억새밭이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 옅은 햇볕 아래 싸늘한 강물과 어울려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이런 걸 절경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풍광을 감상하는 것으로 하루의 모든 수고는 보상을 받는다. 

강변의 일몰
어둠이 내리는 임진강
연천리 학곡 적석총

<연천 학곡리 적석총>은 임진강 중류지역의 강 북안에 발달한 낮은 모래언덕 위에 있다. 삼국시대의 것인 이 적석총의 전체적인 모습은 동서 방향이 긴 타원형이다. 동쪽 가장자리가 가장 넓고 서쪽으로 가면서 좁아지는 형태로 무덤방은 동쪽에서 3기, 서쪽에서 1기 등 모두 4기가 발굴되었다. 무덤방을 독립적으로 만들지 않고 연달아 만들었는데 30~ 50cm 크기의 강돌을 그대로 이용하였다.(경기도 문화재 총람 참조)

연천 학곡리 도로변을 걷는 중

연천 학곡리 적석총을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이미 사위는 완전히 깜깜해졌다. 빠르게 걸어 숙소로 가는 것 외는 다른 짓을 할 여유는 없다. 미리 플래시를 사 배낭에 넣어 둔 것이 다행이었다. 가로등이 있지만 어둠 속에서 길 표시 스티커나 리본은 찾기가 쉽지 않다. 플래시로 주변을 비춰가며 조급한 마음으로 어둠 속을 걷는다.

드디어 도로변에서 '새둥지마을' 이정표를 만났다.(홈페이지 검색 사진과는 다르다. 이 일대 도로 정비로 모습이 바뀌었다) 새둥지마을 평화쉼터를 찾아 마을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목표지점 근처에 온 듯하나 정확히 분별이 되지 않는다. 불이 켜진 건물은 없다. 대략 난감하다.

 

예약한 번호로 전화를 했다. "여기 근처인 것 같은데..." 말을 하는 순간 핸드폰이 꺼져 버렸다. 이 쉼터는 마을에서 공동 운영하는 '팜스테이'다. 주인이 상주하며 운영하는 시설이 아니다. 그래서 책임 소재 또한 불분명하다. 순간 이러다 한 밤중에 미아가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다시 전화를 해 어떻게든 숙소에 들어가야 한다. 어둠 속에 서있는 건물로 다가가 플래시로 살펴보니 외벽에 전기 콘센트가 하나 보인다. 얼른 충전기를 꺼내 핸드폰을 충전시켰다. 

 

핸드폰이 살아났다. 다시 전화를 했다. 전화 상대편은 예약 전화를 받은 것은 있으나 그것을 명확히 예약으로 확정해 놓은 것은 아닌 것 같고 한다. 지금은 모두 퇴근하고 이곳엔 아무도 없다. 그래서 문을 열 수 없다. 하지만 먼곳에서 온 손님이 이곳 아니면 밤을 보낼 곳은 없다. 전화 상대방이 현재 팀장인 듯한데, 잠깐의 고민 후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을 보낼테니 좀 기다리라고 한다. 휴! 살았다. 

어둠 속에서 10분 쯤 기다렸을까. 차량 불빛 하나가 건물 쪽으로 방향을 튼다. 하루 일을 끝내고 쉬고 있던 인근 마을에서 부부가 차를 끌고 회관으로 온 것이다. 한밤 중의 미아를 위해... 나를 방으로 안내한 고마운 아주머니는 저녁 식사 여부를 물었고, 아직이라고 하자 차에서 쌀국수를 가져와 먹고 주무시라고 한다. 1층 식당 주방에 들어가 김치까지 꺼내 준다. 고마웠다. 추운 날씨지만 주민들의 마음이 따뜻했고 큰 건물에서 홀로 밤을 보내지만 방도 따뜻했다. 첫날은 어쨋든 해피엔딩이다.

  10월 28일(화) 6시, 아직 깜깜하지만 길로 나왔다. 해 뜰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11코스 종점을 향해 걷는다.

11코스 종점 숭의전 앞에 도착했다.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마시려했지만 방금 오픈하여 커피 기계가 일을 시작하기 전이다. 쌀쌀한 아침에 따뜻한 생강차가 어울릴 것 같아 뜨거운 물을 부어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았다. 이제 12코스의 시작이다. 오늘의 여정은 만만치 않다. 대광리역까지 약 40km 난이도가 높은 길을 걸어야 하는 일정이다. 가는데 까지 가보자 평화를 구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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