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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평화의 길

DMZ평화의 길 20, 21코스(만산령 넘어 화천군청까지)

by 로드워커 2025. 11. 15.

평화의 길 20코스는 명월2리정류장에서 청정아리풍차펜션까지이다. 종점엔 대중교통이 없다. 즉 산속의 계곡이다. 비교적 난이도가 높은 임도 구간, 계곡 통과 구간이 포함된다. 20코스 종점은 구운계곡에 위치한 평화쉼터 풍차펜션이다. 

2025년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서면의 여관을 나왔다. 택시를 호출했다. 명월리로 가 20코스부터 시작할 것이다. 와수리에서 온 택시를 타고 명월리로 출발했다. 예상과 달리 택시요금이 많이 나왔다. 3만 6천 원. 아쉬운 비용 발생에 좀 씁쓸하다.

19코스는 갈 수 없고, 19-1코스는 가기 싫다

19코스는 복주산(1050m)을 넘어가는 험난한 14km의 산 길이고, 19-1코스는 사창리로 우회하는 도로를 따라 걷는 26km의 길이다. 시작과 끝 지점에 숙박할 곳이 없으므로 사창리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 이틀 전부터 고민한 끝에 어렵더라도 복주산을 넘기로 했다. 
 
복주산 휴양림 숙박을 문의하는 도중 산불조심기간이라 복주산에 진입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계획은 순식간에 무산되었다. 숙박지를 감안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명월리로 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중교통 이용이란 흠결과 하루 반나절의 시간 절감이란 효율의 탐탁지 않은 교환이다.

명월리

명월리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아침 걷기의 상쾌함은 없다. 택시를 타고 순식간에 한 코스를 잘라먹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께름칙함 때문이다. 복주산 관리소 초입 구간만 우회하면 산을 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리를 모르는 초행자가 그러기는 쉽지 않다.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휴양림의 지침을 따른 것은 잘한 짓(?)이라 스스로 합리화한다.
 
지금쯤 여관에서 출발할 나머지 세 사람은 어떻게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걷기를 시작하자 이내 모든 것은 잊혔다. 길은 불량 도보여행자를 말 없이 받아 준다. 

여기는 화천이다, 명월2리 마을 앞에서 출발
10310716, 명월1리 경로당까지 이어지는 느슨한 오르막길

길은 수피령로를 따라 계속 북진하다, 명월1리 경로당에서 산으로 들어간다.

10310804 명월1리 경로당 앞, 여기서 만산령을 향해 산길로 들어선다
10310900

산 아래서부터 약 2.5km의 경사가 심한 임도를 걸어올라야 만산령(해발 850m)에 도달한다. 이후는 구운계곡을 따라 하강하는 길이다.

만산령 기념비

기념비엔 이렇게 적혔다.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필승의 전투태세 확립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이 도로를 완공하였음. 총연장 24km 공사기간 83.4.11~11.25 공사부대 제6685부대 제3258부대」 불과 7개월 여 만에 험준한 산속에서 24km의 도로를 건설하였다니 당시 병사들의 고초가 눈에 선하다. 이 시기는 내가 인근 부대에 입대하였을 때이다.

만산령 일대에서 벌목작업이 진행 중이다

힘들게 만산령에 올라 주변 경관을 보니 가슴이 확 트인다. 아침의 찜찜한 기분은 씻긴 듯 날아갔다.

구운계곡을 향해 산을 내려간다
10311010 구운천

구운천은 파포천을 만나고 파포천은 화천천을 만나 북한강으로 들어간다.

10311130

20코스 종점에 도착했다.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먹었다. 핸드폰도 충전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여기는 4인용 방에 1인당 2만원의 요금으로 숙박을 할 수 있다. 화천군에서 약간의 지원이 있는 것 같다. 여행자의 일정이 맞다면 숙박을 하기에 적당해 보인다.

21코스는 청정아리풍차펜션에서 화천대교까지의 길로 길이가 12.7km 이고 약 4시간 30분이 걸리는 난이도 보통의 길이다.

10311251 계파로를 걸어 화천군청으로

이제 화천이다. 양구, 인제,고성 구간만 남았다. 오늘이 이번 여행의 5일 차 되는 날이다. 걸으면 계속 고민했다. 집으로 돌아가 쉬었다 다시 올지, 계속 걸어 동해바다에 도착하여 평화의 길 걷기를 종료할지. 오늘 아침 택시를 타고 한 코스를 건너뛴 것이 영향을 미쳤다. 결정했다. 끝까지 간다! 강원도 고성 동해바다, 해파랑길과 만나는 곳에서 평화의 길을 종료 한다.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화천읍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다. 

마을 부근 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작물을 만났다. 잎까지 다 떨어져 더 애매하다. 홍천에 있을 때 내가 키웠던 밭작물들을 생각해보았다. 고추, 옥수수, 고구마, 감자, 호박, 상추, 쑥갓, 땅콩, 해바라기, 들깨, 토마토, 오이, 당근, 가지, 시금치, 대파, 배추, 마늘, 무, 양배추, 강낭콩, 호랑이콩, 비트 등이다. 양파와 참깨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키워본 것 같은데... 요건 뭘까? 길엔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10311425

토고미마을 앞, 신대사거리. 제 7보병사단 칠승부대 이정표가 보인다. 근처에 7사단 본부가 있다.

구운천과 파포천의 합수 지점
토고미마을

토고미마을은 구운천과 파포천이 만나는 곳에 있는 마을이다. 300여 명이 사는 토고미 마을은 무농약오리농법 쌀 재배로 유명하다.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5천 여 마리의 청둥오리를 논바닥에 방사하는 오리입식대회는 마을의 가장 큰 행사라 한다. 구경하면 재밌을 듯.

화천읍에 접근
화천천

화천 읍내에 들어왔다. 화천천에 2026년 행사장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화천의 대표 행사로 전국적 유명세를 얻은 '산천어축제'가 여기서 열린다.

2025년 축제 포스터

화천에서 열리는 나라화천 산천어축제는 2011년 미국 CNN이 선정한 '겨울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 이색 겨울축제다. 물 맑기로 유명한 화천천이 꽁꽁 얼어붙는 매년 1월에 축제가 열리며 얼음낚시, 맨손 잡기 등으로 계곡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산천어를 잡는 체험을 할 수 있다. 

10311615 종점 화천교 도착

화천천을 따라 읍을 반바퀴 돌아 21코스 종점에 도착했다. 오늘의 걷기는 여기서 종료다. 이제 화천읍으로 들어가 숙소를 잡고 쉬어야 한다.

 

화천교와 읍내를 이어주는 회전교차로에 커다란 상징 조형물이 서 있다. 탑 모양의 조형물을 보는 순간 의아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마치 유사 종교의 상징물 같아 보인다. 화천의 랜드마크 중 하나일 터인데 왜 저런 모습일까, 괴기스럽고 볼품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만 그런가?

화천읍내 풍경(시장, 터미널 부근)
오늘의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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