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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평화의 길

DMZ 평화의 길 24, 25코스(평화의댐에서 양구읍까지)

by 로드워커 2025. 11. 20.

평화의길 24코스는 평화의 댐에서 양구 종점상회까지 이어지는 길이 15.2km, 약 6시간이 소요되는 난이도 '어려움'의 길이다.

오천터널 옆 길은 임도를 이용해야하나 산불조심기간(11.1~5.15)에는 이용할 수 없다. 산세가 험하며 차도를 지나는 구간이 많아 난이도가 높다. 

2025년 11월 2일(일), 평화의길 걷기 7일 째이다. 새벽 4시에 눈을 뜨고 말았다. 비겁한 놈들에 둘러싸여 고초를 겪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 믹스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시며 남은 길을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이제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철원-화천 사이의 복주산 구간을 제외하면 여태 잘 걸어왔다. 6시 조용히 방을 나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11020600 출발
양구까지 37km

오천터널까지는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오르막 길이다. 오늘은 도사삼거리를 지난 어디쯤에서 버스를 타고 양구 읍내로 갈 지 모른다. 양구읍이 멀지 않아 숙박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조금씩 바다에 가까워짐을 느낀다.

주위가 밝아온다. 일출 20분 전이다. 산간이라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지만 춥지는 않다. 아침에 길을 걷다보니 어젯밤 히치하이킹은 거의 불가능한 계획이었음을 깨달았다. 민박집을 나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차량은 단 한 대도 나를 지나가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르막길을 힘겹게 걷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종점상회에 도착할 때까지 과연 몇 대의 차량이 지나가는지 세어보기로 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양구에 들어서자 길 곳곳에 산양보호를 위한 현수막이 눈에 띈다.

멸종위기종으로 선정된 산양

2023년 겨울 '떼죽음' 사태를 겪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인 산양이 2025년 11월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선정되었다. 산양은 성체의 몸길이가 105~130cm, 몸무게가 25~35kg 정도이고 암수 모두 뿔이 있는데 길이는 13~14cm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백두대간을 다라 고성에서 경주까지의 산지에 분포한다. 국내 서식 개체는 약 2천 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비록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온 산자락과 개천변은 철망이 둘러 처져 있지만, 그래도 우리 백두대간의 산속엔 산양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고 고맙게 느껴진다.  

오천터널(1,296m), 터널로 걸어 들어간다
24코스 종점, 종점상회 앞 도착

24코스 종점인 종점상회에 도착한 시간은 8시45분이다. 6시에 출발을 했으니 2시간 45분이 걸렸다. 여기까지 도로(평화로)를 따라 걷는 동안 양구 방면으로 지나 간 차량은 승용차가 3대(한 대는 산불감시 차량),1톤 트럭 1대, 오토바이 1대가 전부이다. 화천 방향으로는 5대가 지나갔다.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일요일 아침 시간이 이 정도면 하루 일과가 끝난 토요일 밤(어제)에 이 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더 적을 것이다. 차를 얻어 타 볼까 하는 생각은 지역 실정을 모르는 허무맹랑한 계획이었다. 어둠 속의 길은 난간으로 도로와 인도가 나뉘어 있어 더더욱 불가능했다. 

평화의 길 25코스는 방산면 종점상회에서 양구백자박물관을 거쳐 두타연갤러리까지의 길이다. 길이가 14.1km 이고 약 5시간이 걸리는 난이도 '쉬움'의 길이다.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파로호로 이어지는 34.8km의 대하천 수입천이 길과 함께한다.

이름이 멋있다. 옛날의 차부 같은 곳 '종점상회'는 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아예 문을 닫지 않은 것을 보면 혹 여름철엔 피서객들을 상대로 소소하게 물건을 팔 지도 모른다. 종점상회 앞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 후 수입천을 따라 방산 방향으로 다시 출발했다.

방산면 오미리, 마을 옆으로 수입천이 흐른다
수입천

그리운 금강산이란 가곡이 있다. 금강산도 있지만 수입천도 있다. 내 머릿속에 각인된 수입천은 갈수기에도 물이 많고 맑고 깨끗한 1 급수로, 금강산에서 발원해 DMZ와 두타연을 지나 파로호로 흘러 들어가는 양구의 대표 하천이다. 오랜만에 보는 수입천의 모습은 여전했다. 금강산의 정기가 남한 땅을 적시고 흐른다.   

금악리 각시교 아랫보

보를 건너고 금악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힘이 없고 다리가 휘청거리는 느낌이다. 피로가 많이 누적된 걸까?

길을 가다 빛깔이 멋진 늠름한 개구리 한 마리를 만났다. 수입천으로 가려하지만 콘크리트 턱에 걸려 건너가지 못한다.

수입천
방산면 도착

힘든 걸음으로 방산면에 도착했다. 발도 아프고 다리에 힘도 없다. 아침부터 여태껏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여기서 좀 쉬고 점심 식사도 해야 할 것 같다.

 

기억 속의 방산면보다 어쩐지 썰렁하고 활력이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방산면은 익숙하고 친근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DMZ 평화의 길을 걷기로 했을 때 군 생활을 했던 철원 와수리와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던 양구 방산면을 다시 본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것이 생애 마지막 방문이 될 것이라는 것도 생각하며... 

면사무소 입구에 있는 오래된 지역안내도가 멋지게 느껴진다. 마치 백자도자기에 그려 놓은 그림 같다.

방산면에 들어서니 '수입천댐'에 관한 지역 주민들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대부분 전면 백지화를 환영한다는 것이지만 수입천댐 건설중단을 반대한다는 현수막도 볼 수 있었다.

 

2024년 7월 환경부가 양구 수입천댐을 포함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발표 후 양구군민은 건설 계획에 대해 강한 반대 의지를 표명했다. 새 정부 환경부는 2025년 10월 30일 수입천댐 건설 계획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계획을 발표하면서 14개 대상지 중 필요성이 낮거나 주민반대가 심한 7곳은 중단하고, 나머지 7곳은 공론화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집 앞을 흐르는 '회야강댐'도 기후대응댐 후보지이다. 자료를 보다가 처음 알았다. 그만큼 지역에 무관심했단 증거다.

 

방산면 양구백자박물관

양구는 고려시대부터 도자기 생산지로서 주목을 받았다. 양구 일대 도요지 조사 결과 약 40개의 가마터가 확인되었고 

그중 약 7개 지역에서 백자를 제작할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료를 확인하였다. 양구에서 채집되는 백자, 청화백자 등은 조선 후기의 백자와 상호 관계가 있다.

앞에 보이는 산자락을 돌면 DMZ 두타연으로 들어가는 민통선 입구가 있다. 지금은 두타연 터널이 생겼다. 

평화의 길 26-1코스는 우회로이면서 도로임으로 버스 이용을 권고한다. 양구 두타연갤러리에서 피의 능선 전투전적비까지 가는 26-1코스는 길이가 12.7km이고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난이도 '보통'의 길이다.

마라톤대회장이었던 포병부대, 지금은 부대가 어디론가 옮겨 가버렸다
방산회관과 포병부대와 수입천

평화의 길 26코스는 예약코스로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는 두타연 방향의 길이다. 예약을 하지 않은 나는 들어갈 수 없지만, 민통선 안의 두타연 가는 길은 눈에 선하다. 이유는 2006~7년 경 이곳에서 '청정양구 DMZ마라톤대회'를 2년간 개최했기 때문이다. 사전 코스 설계와 답사, 대회 진행 등으로 여러 번 다녔던 마라톤 코스가 지금의 평화의 길 26코스이다. 대회 집결지는 두타연 입구에 있는 포병부대의 연병장이다. 연병장 나무 울타리 너머로 수입천이 흐른다. 

 

사진의 방산회관 역시 보자마자 옛 기억을 소환하였는데, 방산회관은 군인들을 위한 회관, 가든 같은 곳이다. 우리 일행은 마라톤대회 진행자 신분으로 군인회관인 방산회관에서 식사를 겸한 파티를 했다. 그때의 음식과 삼겹살은 아주 훌륭했던 기억이 난다. 군인들이 운영하는 이색적인 분위기와 취사병들이 준비해 준 저녁 만찬은 여느 호텔 만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한 가지 잊히지 않는 추억은 부대 인사계와 민물고기 매운탕이다. 연병장에서 마라톤 행사장 세팅을 하고 있을 때 매운탕을 끓여 먹어라고 부대 선임 하사관이 민물고기를 가져왔다. 한눈에 봐도 특 A급 민물고기이다. 청정 1 급수 수입천에서 잡아 온 것이다. 우리 측 스텝이 연병장에서 끓인 민물매운탕은 정말이란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달고 신선한 맛이었다.  

 

좋았던 추억을 뒤로하고 도보여행자는 방산면을 떠난다.  

도고터널

동면을 향해 걷다 버스를 타고 읍으로 간다. 양구읍에서 하루를 묵고 내일 아침 첫 차를 타고 다시 동면으로 나와 걷기로 했다.

양구읍, 양평해장국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산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약간의 오류를 선택 후에 느꼈다고 해도 실망하지 말라. 그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지난 결정은 잊어버리고 앞으로의 바른 선택에 집중해야 한다.

 

걷기 여행자는 양구 터미널 옆의 한 모텔에서 여행의 7일 차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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