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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평화의 길

DMZ평화의 길 1코스(강화에서 고성으로)

by 로드워커 2025. 10. 21.

2025년 5월 5일, 나는 강화도 제적봉 평화의 전망대에 올랐다. 그곳은 서해랑길의 끝이자 DMZ 평화의 길의 시작점이다. 전망대에서 북쪽을 무심히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좋은 봄은 빠르게 지나갔고 길고도 뜨거운 여름은 사람을 삶은 나물처럼 만들어 버렸다. 9월이지만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그래도 계절은 바뀌는 것. 가을이다.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자 담벼락 뒤에 서 있던 '남은 길 걷기'가 내게로 바짝 다가왔다.

 

서해랑길 걷기가 끝나고 해가 가기 전에 'DMZ평화의 길'을 마저 걸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좀 쉬자, 너무 덥다, 추석은 지나야지 등의 핑계로 '남은 길' 걷기는 미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핑계는 사라졌다. 배낭에다 약간의 옷가지와 주전부리를 챙겨 넣었다.   

'DMZ평화의 길'은 한반도의 마지막 청정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총 35개 코스, 510KM의 걷기 여행길이다. DMZ 초입인 민간인 통제선 인근에 자리한 최전방 마을, 전적지, 평야와 강, 산악지형을 지나며 한반도 중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길이다. DMZ평화의 길은 자유롭게 방문 가능한 횡단노선과 투어 예약 후 방문 가능한 테마노선으로 나뉜다.

강화도에서 고성까지 휴전선을 따라 이어지는 DMZ 평화의 길 전체 노선도
10140830 울산역 대합실

10월 14일 집을 나섰다. 비가 내린다. 강화도까지의 짧지 않은 여정의 시작이다. 빗속의 강화 가는 길... 기차의 부드러운 흔들림은 차창 밖 비에 젖은 풍경과 어울려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든다. 자부할 건 하나 없고 후회와 반성만이 가득한 지난 시간의 흔적들이 물안개로 뿌연 바깥 풍경과 닮아있다. 이제 시간은 추운 겨울을 향해 달려간다. 다시 봄은 오지 않는 마지막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옷깃을 여미어 찬바람을 막아야 한다.


양산에서 울산역으로, KTX를 타고 서울역 그리고 공항철도와 김포골드선을 타고 걸포북변역에서 하차, 3000번 버스를 타고 강화여객터미널에서 하차, 버스터미널에서 26번 버스를 타고 제적봉 평화전망대로... 오전 7시에 집을 나와 오후 2시 45분 강화 평화전망대 버스 정류장에 하자했다. 이제 DMZ 평화의 길 1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버스 기사들의 운행 습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맞은편 차선에서 오는 버스 기사를 향해 수인사를 하는 행위이다. 손을 들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거수경례를 하기도 한다. 아무리 동방예의지국이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같은 회사의 기사들이라면 차고지에서 나누는 인사로 충분하지 않을까? 수많은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버스가 맞은편 버스기사와의 인사 때문에 사고 발생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오늘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기사는 안전한 운행에 집중해야 한다.  

DMZ평화의 길 1코스는 강화도 제적봉 평화전망대에서 김포 문수산성 남문까지 이어지는 길이 15.9km의 약 5시간이 소요되는 난이도 '쉬움'의 길이다.

10141448 평화의 전망대 버스정류장 앞

DMZ 평화의 길을 안내할 첫 리본이다. 빗속을 통과해 이곳에 도착했지만 지금 여기는 걷기에 참 좋은 날씨다.

평화의 길, 대표적 분위기의 길 모습이다

1코스는 대부분 강변을 따라 철책이 세워진 길을 따라 걷는다. 철책 너머 강 건너편이 북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분단으로 나뉜 경계선에서,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는 군사지역에서 평화와 안전의 분위기를 느낀다. 살벌함은 없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DMZ 평화의 길'이라 명명하였겠지만 실제 평화가 충만한 느낌이다. 전국 어느 길보다 고요하고 평온하다. 사람들 간의 다툼도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함이 길에 묻어난다. 분단으로 나뉜 경계선의 철책을 따라 호젓이 들과 강과 하늘을 보며 길을 걷는 것은 아픔의 상흔 위에서 받는 위로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길은 없을 것이다. 전쟁 위협은 운운은 정치적 수사일 뿐 아닌가? 언제나 권력과 정치가 비극을 불러왔다. 민중은 평화를 사랑할 뿐이다. 한동안 시끌했던 대남대북 방송은 꺼졌고 자유롭게 비행하는 철새소리만 들릴뿐이다. 고요하다.

출발 후 약 4km가 안되어 고려천도공원이 나온다. 고려천도공원은 고려 고종이 몽골의 침략을 피해 강화도로 천도(1232년 7월 7일)할 당시 어가 행렬이 닿았던 역사적 장소인 승천포(옛 지명)를 배경으로 조성된 공원이다.

DMZ평화의 길

강화읍 월곳리. 길 끝에 연미정 검문소가 있다. 초병이 사진을 찍는 나를 보았고 핸드폰을 보자고 한다. 사진 검열을 당했다. 철책이나 군사 관련 시설 사진을 찾아 삭제했다. 핸드폰을 털렸다. 그래도 열심히 근무하는 초병이라 싫지않다. 수고하라는 인사를 건내고 검문소를 지났다.

연미정(사진;국가유산디지털서비스)

1코스 약 9.5km 지점에 있는 연미정은 원래 자연경관을 보며 풍류를 즐기거나 학문을 공부하던 정자이다. 한강과 임진강의 합해진 물줄기가 하나는 서해로, 또 하나는 강화해협으로 흐르는데, 이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고 해서 정자 이름을 연미정이라 지었다고 한다. 건축 시기는 알 수 없고, 지금은 강화십경의 하나이다.

월곳리 길가의 집 담장 너머로 뻗은 가지에 홍시가 주렁주렁 달렸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가까이 손에 닿는다. 하나 따서 맛을 보았다. 아직 달지는 않지만 먹을만 하다. 약간 떫은 맛이 남았지만 그것도 기분이 좋다. 떫은 맛은 청춘이다.

이렇게 길은 강화대교 아래에 까지 이어진다.

볼 것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은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지나 언덕을 내려오니 강화대교가 보인다. 시간은 6시 30분에 가까웠다. 가로등 불빛 아래가 아니면 주변은 아주 깜깜하다. 아직 숙소를 정하지 못해 검색을 다시 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모텔이 하나있다. 강화읍 부근인데 숙소가 귀하다. 전화를 하여 방을 잡았다. 숙소 근처에 식당이 없다. 저녁식사을 어떻게 할지 궁리한다. 방법이 있겠지 아니면 건너 뛰면 될 일이다. (결국은 치킨을 시켰다. 그것은 이틀간의 식량이 되었다)

 어둠 속을 걸어 숙소를 찾았다. 아직 1코스가 끝나지 않았다. 1코스 종점은 문수산성 남문이다. 내일 아침 구 강화대교를 건너면 얼마지 않아 코스 종점이다. 멀리 경상도에서 달려 왔으니 푹 쉬고 내일을 준비한다.

구 강화대교

아침이 밝았다. 모텔을 나와 1코스 종점인 문수산성 남문을 향해 출발했다. 강화도와 김포를 연결하는 구 강화대교는 인도교로 사용된다. 아름다운 강화의 아침이다.

문수산성 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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